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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부부의 국민연금 수령 자격을 허용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성부부 피부양자 자격 등록을 공식 허용한 데 이어 국민연금 수령 자격도 대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에서 건보 피부양자 판결이 나왔는데, 국민연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 질문에 “(국민연금도 건강보험과) 기본적으로 같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같은 기준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금이 갖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사법적 번복이 어렵고, 비슷한 소송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올 것이므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부부의 법적 지위가 국민연금 등 여타 사회보장제도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검토 후 공식적인 부처 입장을 국감 기간 내 회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성 사실혼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 사실혼 관계의 이성 커플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데 동성 동반자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는 직장가입자와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 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시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4일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부부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총 4쌍의 피부양자 자격을 허용했다.

전문가들은 동성 사실혼 부부의 국민연금(유족연금) 수령, 공공임대주택 입주 등 사회보장제도 범위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사실혼 관계의 이성부부는 국민연금법과 공무원연금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에 따라 수급자로 인정되는데, 같은 법리라면 이들 제도에서도 동성부부로의 대상 확대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병록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대법원 판단은) 이성혼 부부와의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판단이고,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세제 혜택·양육수당 등 동성 사실혼 부부의 사회보장제도 편입이 “국민 정서와 정책 판단의 문제이지 정오(맞고 틀림)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성 동반관계를 가진 사람의 경우 ‘자격’을 따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아우팅(성적 지향의 노출)을 당하고 사회적 배제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며 “사회보장범위를 확대함으로써 동성 동반관계를 가진 사람들도 인간으로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가 사회보장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보장제도의 핵심은 사회적 연대”라며 “배제집단이 있다면 제도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족연금은 두 부부가 같이 연금 형성에 이바지를 했다고 인정하는 것이고, 시장소득을 부부가 공유한다는 개념”이라며 “전통적인 개념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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