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N 채널 중 KBS Life에 편성된 ‘경제 스포트라이트’의 진행자 황상무. 그는 지난 9월2일자로 백석예술대 부총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회칼 테러’ 발언으로 비판받고 용산에서 물러난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KBS 계열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사실이 드러나자 KBS 내부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4일 황상무 전 수석이 KBS 케이블PP인 KBS N 채널 중 KBS Life에 편성된 ‘경제 스포트라이트’를 지난 8월26일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 오후 4시 생방송 편성으로 50분 분량이다. 황상무 전 수석은 KBS 앵커 출신이며, KBS N 이강덕 대표이사는 KBS 대외협력실장 출신으로 KBS 선후배 사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이하 KBS본부)는 7일 <‘회칼 테러 협박’ 대통령 측근을 왜 KBS가 품어야 하나?>라는 성명에서 “하다 하다 이제는 기자를 상대로 제갈을 물리기 위해 협박까지 일삼던 사람을 KBS로 복귀시키는 파렴치한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논란이 불보듯 뻔할 문제적 인물을 프로그램 진행자로 앉힌 것 자체가 이강덕 KBS N 사장의 능력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강덕 대표가 미디어오늘에 내놓은 해명도 문제 삼았다. 이강덕 KBS N 대표이사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 입장에선 KBS 메인 뉴스를 진행했던 황 앵커가 맡아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황 앵커가 부족한 출연료에도 흔쾌히 프로그램을 맡아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발탁 아니냐는 지적에는 “(회칼 테러) 발언 내용이 논란의 소지는 있었지만 검토해 보니 위협이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억울함이 있겠구나 그런 판단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6개월 정도 시간도 지났다”며 문제 될 것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KBS본부는 “항간에 이강덕 씨가 KBS N 사장 이후 본사 부사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채널이고 프로그램이고 모르겠고 대통령실에 줄이 있는 황상무를 품어 자신의 부사장 가는 길에 도움만 된다면 다 고맙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으며 “어떤 기준으로 ‘위협은 아니었다, 억울했겠다’고 판단한다는 말인가? 황상무 씨가 ‘위협 아니었다’, ‘억울하다’ 하면 기자를 향한 협박이 위협이 아니고, 억울한 일이 되는가? 무슨 기준인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KBS본부는 “KBS 보도본부 한 기수 선후배 사이로 서로 안타까워 하며 챙겨주고,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려면 자기 유튜브를 만들어서 하라”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사건처럼 사회적 논란이 커질 사안을 낙하산 박민 사장이 몰랐을리 없다”며 “박민 사장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이라면 이강덕, 황상무와 함께 공범이고 몰랐다면 무능력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하산 박민 사장이 KBS를 떠나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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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8월 말 갑자기 신설된 프로그램이 ‘회칼 테러 협박’이라는 엽기적인 언론탄압으로 사퇴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복귀를 위한 레드카펫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방송 KBS와 그 계열사들이 정권에 부역한 자들을 챙겨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슨 뒷배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했다. KBS 국정감사는 오는 14일에 열린다. 

앞서 황 전 수석은 지난 3월14일 MBC를 포함한 출입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MBC는 잘 들어”라고 말한 뒤 “내가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당시 오아무개 기자가 괴한으로부터 회칼 습격을 받고 허벅지가 깊이 4cm, 길이 30cm 이상 찢긴 사건이었다. 해당 발언 이후 한국기자협회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대언론 협박”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도 황 전 수석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황 전 수석은 3월16일 네 줄짜리 사과문을 내고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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