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폭염과 열대야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지난달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역대 9월 가운데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할인마저 없어 일반 가정의 9월분 전기요금 부담은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최대 전력수요는 평균 78GW(기가와트)로 지난해 같은 달(73.5GW) 보다 약 6%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 9월 평균 최대 전력수요는 7월 평균 최대 전력수요인 80.56GW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최대 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수요를 말한다. 여름철에는 통상 오후 시간대에 접어들어 전력수요가 가장 많다.

9월은 통상 가을의 초입으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한여름 수준의 늦더위가 이례적으로 오래 지속됐다. 지난 8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9월 기후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평년(20.5도)보다 4.2도 높았다. 올해 9월은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시기인 1973년 이래 가장 더운 9월로 기록했다.

현재 주택용은 냉방용 전력 사용이 많은 여름철인 7∼8월에는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준다.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체계는 300kWh(킬로와트시) 이하(1kWh당 120원), 300kWh 초과 450kWh 이하(214.6원), 450kWh 초과(307.3원) 3단계로 나뉜다. 여름 할인이 끝난 9월부터는 전기요금 누진 적용 구간이 200kWh 이하(1kWh당 120원), 200kWh 초과 400kWh 이하(214.6원), 400kWh 초과(307.3원)의 3단계로 돌아온다.

한국전력이 집계하는 9월 국내 전기 사용량 공식 집계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전기 사용량은 전력에 사용 시간을 곱해 산출되기 때문에 평균 최대 전력수요가 증가했다면 전반적으로 해당 기간 전기 사용량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게 된다.

기후 위기로 인해 가속화되는 더위에 올 여름 극강의 더위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예년보다 더 많은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했다. 올해는 할인이 없는 9월까지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각 가정이 체감하는 전기요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한전은 누진제 적용 합리화 방안과는 별개로 국내 가정용 전기요금 수준이 세계 주요 선진국 대비 낮다는 입장이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월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구간에 속한 가구가 전년 동월 대비 21%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누진제는 기후위기와 생활방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달 23일 올해 10~12월 적용할 연료비 조정 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 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지만 한전의 재무 상황을 고려해 연내 일부 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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