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획득한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서버에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행위가 관행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은 더 커지게 됐다. 특히 최근 법원이 영장 범위 외의 자료 획득 및 증거 제출을 절차와 영장을 위반한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본다는 판례를 여러 차례 내놓았음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내부 규정을 따랐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영장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담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 대한 압수수색이 늘어나면서 법원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의 위법성을 더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전자기기 속 정보를 임의로 들여다보고 복사하는 오·남용을 막기 위해 법원은 압수수색영장 별지에 ‘압수대상 및 방법의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이 대표의 압수수색영장에도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뒤에는 지체 없이 피압수자 등에게 압수 대상 상세목록을 교부하여야 하고, 그 목록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때문에 이 대표의 경우처럼 선별 과정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를 무단으로 검찰 서버에 보관하는 것은 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판례는 이를 금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옛 국군기무사령부가 과거 수사 때 압수했던 영장 외 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저장해뒀다가 다른 수사 때 발부 받은 압수수색 영장으로 이 정보를 재수색한 뒤 압수한 정보를 위법수집증거로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수사기관은 압수를 완료하면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를 삭제·폐기하여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의 이런 행태가 자체 예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휴대전화 정보를 통째로 서버에 저장한 것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대검 내부 기준과 법리, 규정에 맞게 엄격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디지털 증거 관리 규정)이라는 대검 예규를 통해 (혐의 사실) 무관정보의 삭제·폐기 의무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예규에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이 있다. 대검 자체 규정인 예규가 형사소송법과 법원의 압수영장 허용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팀에 발송한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에 대한 지휘’ 공문은 대검 예규에 따른 공문서다. 해당 공문서에는 ‘휴대전화 전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업무관리시스템에 등록해 보존’하는 지휘가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제시되어 있다.

지난 2월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에서도 검찰이 범죄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를 대검 디지털수사망(D-NET·디넷) 서버에 보관해뒀다가 다른 사건에 ‘재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압수한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정보가 디넷에 저장되어 있었는데 이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가 이 회장의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은 (장 전 사장) 휴대전화에 저장돼있던 전자정보를 (국정농단 특검 때) 대검 디넷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보관해왔고, 이를 로컬 피시(PC)에 엑셀 파일 형태로 저장한 후(수사팀 소속 검사 등의 개인용 컴퓨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 이 사건(이 회장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검찰의 행태가 불법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폐기해야 하는 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불법성이 있다”며 “증거로 제출된다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개인정보보호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디넷에 올라간 자료에 개인정보가 포함돼있다면 위법수집증거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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