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 한전KDN 대표이사와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YTN 지분 매각 과정에 불거진 의혹에 관련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부가 YTN 대주주를 민간기업으로 바꾸는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무리수를 둔 정황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YTN 대주주였던 공기업 기관장들이 정부가 매각을 요구하기 전에는 YTN 지분을 계속 보유하려 했다고 국정감사에서 처음 증언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진그룹을 YTN 최대주주로 승인하면서 경영계획서 심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YTN 졸속 민영화’를 주요 규명 사안으로 두고 이뤄지고 있다. 김장현 한전KDN 사장은 지난 2022년 8월 한전KDN이 YTN에 출자한 지분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견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것이 맞느냐는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당시에는 그 의견이었다”고 시인했다.

같은 시기 한국마사회도 농림축산식품부에 ‘(YTN은) 재무 상태가 양호, 경영개선을 통한 재무 여건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출자 회사’라며 존치 의사를 공식화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기환 마사회 회장은 당시 입장에 대해 “그 표현 그대로”라고 했다. 노 의원은 “이렇게 대주주들이 팔 의사가 없었던 것을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의 팔을 비틀고 목을 비틀어서 결국은 매각시킨다. 이것이 장물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30.95%의 YTN 지분을 보유한 1·4대 주주였고, 이는 YTN을 공적 언론으로 보는 근거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매각을 권고한 뒤 두 공기업이 모두 YTN 지분 매각에 나섰다.

정부는 공기업들이 YTN 지분을 유지해도 향후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관련 배당이 이뤄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김장현 한전KDN 사장은 한전KDN이 대주주로서 YTN으로부터 받은 배당 현황을 묻자 “25년 동안 29억 원”이라며 “2021~2022년 주로 배당을 받았다”고 답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수익 보장이 없다’는 TF 매각 권고가 현실과 달랐다고 지적하자, 김장현 사장은 “전망이 없다고 봤다”며 “당시 YTN이 아마 남대문 사옥을 매각해 수익이 많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한전KDN이 정부 권고 이전엔 스스로 ‘광고 수익 증가 및 사업영역 확장으로 매출 이익향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고 재반박했다.

방통위가 지난 2월 유진그룹의 YTN 인수를 승인하면서 심사위원회 가동을 중단하고 ‘자문위원회’로 둔갑시켜 최종 승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사위를 재구성해 유진이 낸 400페이지짜리 경영계획서를 심사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정동영 의원 질의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당연히 존중하겠지만 (결정이) 무조건 (심사위에) 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방통위는 심사 절차의 부당성, 날치기 심사, 민영화 밀어붙이다 국민 저항에 부딪혔다. 이동관 체제의 무리한 민영화의 실패였다”고 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유진그룹의 YTN 인수에 ‘승인 적절 보류’ 즉,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를 취한 뒤 사퇴한 일을 지적한 것이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사진=김용욱 기자

방통위가 이후 유진그룹의 YTN 인수 심사위원회 가동을 중단하고 ‘자문위원회’로 격하시켜 최종 승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사위를 재구성해 유진이 낸 400페이지짜리 경영계획서를 심사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정동영 의원 질의에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당연히 존중하겠지만 (결정이) 무조건 (심사위에) 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 의원이 “심사위원들 데려다 놓고 이제는 자문위라고 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느냐”고 하자 김태규 대행은 “방통위가 (심사위) 결과가 맘에 안 든다거나 하는 이유로 새로 심사위를 하면 (곤란하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다시금 “역대 정부가 심사위 만들어놓고 결론을 반대로 뒤집은 사례가 있다면 예를 들어보라”고 했다.

한전KDN이 수익률 손해를 무릅쓰고 마사회와 공동매각을 추진한 데에 배임 혐의 소지가 있다는 질의도 나왔다. 높은 매매 단가를 포기한 것이 특정 인수자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안겨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한전KDN이 왜 마사회와 공동 통매각 추진 했는지 지금도 의문”이라며 “한전KDN 주식 평균 매입 단가가 마사회보다 높았다. 누가 봐도 정말 이상하고 부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지다. 황 의원이 “왜 통매각으로 사실상 배임과 같은 행위를 했나”라고 묻자 김장현 사장은 “마사회 측 요청”이라고 했다.

이날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김백 YTN 사장 등 ‘YTN 졸속 민영화’의 핵심 당사자들은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다. YTN 공정성을 위한 제도로 꼽히는 사장추천위원회 제도 폐기를 압박했다고 의심받는 이상인 전 부위원장은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았다. 과방위는 저녁 8시께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의결로 이 부위원장에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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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유진그룹이 대주주가 된 이래 YTN에서 정부 비판적 보도가 금기시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김백 사장이 취임 전 한 유튜브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이 스토커 수준”이라고 주장한 영상을 회의장에서 틀기도 했다. 김진구 유진이엔티 대표이사는 “인수 당시부터 이사회 중심 경영을 약속했고 최선을 다해 미흡한 게 있으면 바꾸고 있다”고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고한석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은 “YTN은 30년간 공적 지배구조를 가졌다. 낙하산 사장 등 나쁜 일도 있었지만 적어도 경제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유진이엔티가 YTN을 인수하고 정치권력에 더해 경제권력으로부터 압박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백 사장이 온 뒤 쥴리 의혹 보도 사과부터 시작했고, 관련된 보도는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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