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며 구청장직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일이 생겼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소속인 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며 구청장직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일이 생겼다. 취임 약 2년 만에 자신의 170억원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뽑아준 구청장 자리를 버리는 선택한 것이다.

서울시교육감과 더불어 부산 금정, 인천 강화, 전남 영광과 곡성 4개지역에서 기초단체장을 뽑는10.16 재보선 투표일인 16일 공교롭게도 기초단체장인 서울 구로구청장 자진사퇴라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이에 야당은 문 구청장의 무책임한 사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 발표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구청장이 돈 많은 사람의 취미활동이냐"면서 "국민의힘은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구청장 후보로 공천할 수 있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헌일 "매우 아쉽고 가슴 아픈 결정".. 주식 백지신탁 관련 소송 패소하자 사퇴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15일 사퇴문을 통해 "16일자로 구청장직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구청장에 취임한 지 2년3개월 만이다.

구청장직에서 물러나는 이유는 주식 백지신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한 경우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지난해 3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문 구청장이 보유한 문엔지니어링 주식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한다며 해당 주식을 백지신탁을 하라고 결정했다. 문 구청장이 보유한 주식은 4만8000주로, 평가액은 약 1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구청장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패소하자 구청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 구청장은 사퇴문에서 "최근 법원에서는 제가 주주로 있었던 기업과 구청장의 직무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면서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그간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구정을 수행해 온 저로서는 매우 아쉽고 가슴 아픈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는 데 대해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스스로 사퇴하고자 한다"면서 "비록 구청장직을 내려놓게 됐지만 계속 구로구의 밝은 미래를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구청장이 사퇴하면서 엄의식 부구청장이 구청장 직무를 대행한다.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2일 치러칠 예정이다.

野 "무책임한 사퇴.. 한동훈 대표 사과하라"

이재명 "170억 때문에 구청장 포기? 與, 어떻게 이런 사람 공천할 수 있나...책임져라"

사상 초유의 구청장 사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6일 "국민의힘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이 엉터리 공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사퇴한다고 한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170억 원 대의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되는데, 백지신탁을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보니까 대법원 판결이 나서 '나는 재산을 선택합니다. 백지신탁 못 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퇴한다고 한다"며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구청장에 공천했느냐"고 국민의힘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구청장이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취미활동인가. 이곳에서 보궐선거를 하려면 수십억 원의 돈이 든다. 자기 돈 170억원은 귀하고 국민 돈 수십억 원은 흔한 것인가"라며 "이런 사람 공천하고도 국민의힘은 아무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래서 투표를 잘 해야 한다. 공천된 후보를 '내가 특정정당을 지지하니까 무조건 찍자', 또는 '연고가 있으니까 무조건 지지하자' 이렇게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 잘못된 공천, 엉터리 공천에 대해서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어떻게 책임지는지 두고 보겠다"고 경고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170억 원대의 주식 재산을 지키기 위한 무책임한 사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의견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이 나왔다"며 "한동훈 대표의 공식 입장과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내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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