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이 17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으로 첫 출근하며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서울 자치구에서 승리했다. 정 당선인의 최종 득표율은 50.24%로 보수 진영 후보인 조전혁 후보(45.93%)와 윤호상 후보(3.81%)를 합한 것보다 높다. 교육감 선거에도 윤석열 정부 심판 정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서울 25개 자치구별 득표율을 보면 정 당선인이 조 후보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선 지역은 13곳에 달했다. 특히 은평구는 정 당선인과 조 후보 간 득표율 차가 19.33%포인트다. 관악구(17.82%포인트), 강북구(17.71%포인트) 등도 격차가 컸다.

반면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조 후보를 밀었다. 보수세가 짙고 소득 수준이 높으며 교육열이 센 지역이다. 서초·강남구는 조 후보가 30%포인트 이상 앞섰다. 송파·용산구도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진단평가 실시, 방과후 선행학습 허용 등 비교적 선명한 공약이 지역 유권자를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정 당선인이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우세를 보인 데는 정권 심판론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인사는 “투표율이 23.5%면 정치 고관여층이나 교육 고관여층 등 찍을 사람만 나온 선거”라며 “명태균, 김건희 여사 등을 거론하며 ‘빨간 당은 안 된다’는 민심도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의 강성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보수 진영이 오랜만에 사실상 단일 후보를 냈는데도 불구하고 진 건 강성 후보 노선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2026년 교육감 선거에는 중도 지향적이고 정치 이념적으로 벗어난 분을 내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번은 ‘조전혁이 좋아서 나온 사람’과 ‘조전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의 선거전”이라고 평했다.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개표 전까지도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예상 밖으로 정 당선인이 수월하게 당선증을 따낸 데에는 진보 진영이 최종 단일화에 성공한 영향이 크다. 진보 진영 후보로 나온 11명이 사전투표 마지막 날까지 모두 정 당선인으로 힘을 모으면서 나머지 후보 10명의 조직력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 보수 진영은 투표 당일까지 조 후보와 윤 후보로 표가 분산됐다.

정 당선인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 대학 교수 출신으로 유·초·중등교육에 전문성이 없다는 점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 당선인이 윤석열 정부 아래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이 우세한 서울시의회와 맞서 진보 교육감 고립 구도를 혼자 돌파하긴 쉽지 않다”며 “시민사회 등 서울 교육을 함께 만들어 왔던 단위들과 얼마나 협력하느냐가 임기 1년 8개월 동안의 과제”라고 했다.

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에 출근하며 기자단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교육 현장에 40년간 줄곧 있었지만 유·초·중등 교육 경험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끊임없이 현장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쟁점들에 대해 현장을 찾아서 같이 고민하고 해답을 찾는 방향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른바 강남 3구 학부모님들이 저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며 “그런 걱정은 확실하게 덜어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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