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비국민’ 수용 실태

창문 없고, 외부 운동 제한
두통 등 건강 악화 호소
“언제 풀려날지 몰라 고문
부정적인 생각 자꾸 떠올라”

법무부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의 이윤정 활동가는 지난주 외국인보호소에서 풀려난 ‘구금 비국민’ A씨로부터 “5만원만 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2019년부터 구금돼 온 A씨는 다리 통증이 악화돼 4년7개월 만에 보호(구금)가 일시 해제됐지만, 이후 치료비·생활비로 돈을 다 쓰고 수중에 1000원이 남았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그는 보호 일시 해제 후 내리막 삶을 살고 있다”며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를 붙잡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중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 극장에서 제5회 ‘찾아가는 보호소 이야기’ 행사를 열고 보호소에 갇힌 이들의 현실을 알렸다. ‘불법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힌 목소리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약 30명이 참석해 “갇혀있으니 죽은 것과 같다” “버려져 있는 것 같다” 등 ‘구금 비국민’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이들은 외국인보호소가 이름만 보호소일 뿐 보호받지도, 안전하지도 못하다고 말했다. 창문이 없어 햇볕을 쬐지 못하고, 환기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외부 운동은 일주일에 다섯 번, 20분씩이 전부다. 한나현 활동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식 사진을 공개하면서 “한 끼 1835원 ‘먹어도 배고픈 식사’ 때문에 라면·간식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담배 등을 숨겨온다며 이마저도 금지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때 금지된 주말 면회는 아직도 막힌 상태다. 외부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공중전화는 관리 주체가 민영업체로 바뀌어 ‘5분에 1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나이지리아 내전을 피해 온 한 구금 비국민은 혈압 수치가 200을 넘어 흉통·두통을 앓다 결국 고혈압 등을 이유로 2020년 일시 보호 해제를 받았다. 한 활동가는 “언제 끝날지 모를 구금 해제를 기다리는 게 고문 같다”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올라와 책을 외울 때까지 봤다”는 구금 비국민의 말을 전했다. 그는 “구금 과정에서 우울증·불면증 등 정신질환을 호소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

복잡한 외국인 체류 제도가 불법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형에 따라 37종, 세부 분류로는 180여종인 체류비자가 정한 활동 범위가 지나치게 엄격해 쉽게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는 것이다. 구금에서 풀려나도 다시 불법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일시 보호 해제를 받으려면 ‘비취업 서약’을 제출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체류기간에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다 적발되면 강제 출국되거나 재구금될 수밖에 없어 이를 피하려고 도주를 택한다는 것이다.

‘아동의 나이·능력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거나 외부 전문복지시설에 위탁해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외국인 보호규칙도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한 외국인 미성년자는 구금 6개월 만에 체중 10㎏이 빠지는 등 건강 악화로 구금이 해제됐지만,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해 학교 교육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지원체계에서 배제됐다. 정 활동가는 “전담 매니저는 일주일에 한 번 면담 외에 다른 역할이 없는 형식적 매니저”라며 “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청소년들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정부가 이들을 가둔 뒤 필요한 ‘보호’를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심아정 활동가는 새우꺾기 고문 사건을 예로 들며 “피해자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하고도, 구금 트라우마 때문에 일상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었다”며 “그가 천천히 무너져가는 것만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 참 길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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