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PD수첩 2022년 3월8일 ‘대선 D-1, 결정하셨습니까?’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17일 법원은 “‘2인 방통위’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MBC ‘PD수첩’에 내린 과징금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MBC에만 해당되는 판결이 아닐 것이다. KBS, YTN, JTBC 등 4개 방송사에 내려진 총액 1억400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은 이 판결의 논지와 법리에 따르면 위법이다.

TBS의 경우 해당 녹취록을 인용 보도했다는 이유로 관련 프로그램들이 법정제재를 받았고 이후 인사위원회가 열려 담당 PD는 징계당했다. 방통위도 TBS도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 여권이 맹공을 퍼붓고 기세 등등 나가자 TBS에 감사 개시를 통보하고, 관련 제작진들에게 해당 날짜의 방송원고와 제작진행표 등을 제출하라며 압박한 서울시도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

더구나 서울시가 강행한 압박조치는 또 다른 위법사항이다. 방송법 제4조대로 방송편성에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는 지위인데 서울시가 감사를 통해 편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이는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표적수사 대상자를 겁박하는 검경과 다름없는 행태다.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억이 안 난다 … 간부들에게 물어보니 감사했다고 한다 … 제가 직접은 아니고 시의회가 요청해서 제가 응했다고 한다”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책임 없는 직원들의 생계가 어쩌고 하며 안타까운 척 싸구려 연기를 뿌린 것이다.

▲ 10월15일 행정안전부 국정감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법원이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취소 판결을 내린 이상 지난해 8월 이후 지속된 2인 체제 방통위가 의결한 YTN 최대주주 변경도  위법성이 확인됐다. YTN 강제매각은 방통위 2인 체제가 저지른 가장 커다란 위법행위이다.

그동안 벌어진 KBS,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의 선임 그리고  그들이 구성한 이사진에 의해 임명된 사장들의 모든 행태도 불법이다.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물론 방통위의 항소로 확정판결까지 기다려야겠지만 2인체제에 매달리는 방통위의 태도 자체가 방통위의 존재할 이유와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노자의 도덕경엔 ‘企者不立 跨者不行(기자불립 과자불행)’이란 구절이 나온다. 뒤꿈치를 들어 까치발을 하고선 오래 서 있지 못하고, 가랑이를 한껏 벌려 억지로 크게 걸으면 멀리 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정을 농단한 파면된 대통령 ‘국정농단 박근혜’보다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대통령 정부에 줄을 대고 그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한 채 언제까지 버티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겠는가.

▲10월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7년 만에 조합원 총회,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지난 주말은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주최한 ‘구하자 KBS 시민문화제’, ‘KBS 공영방송 사수 투쟁결의대회’ 실황을 읽고 들으며 보냈다. KBS 구성원들의 “용산방송 거부한다, 국민이 KBS다”라는 외침을 반복해 들었다. 조애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수석부본부장의 호소와 외침을 반복해 들으며 새겼다.

“사장이 취임도 하기 전에 방송을 폐지하고, 헌법 4·19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독재자의 찬양 다큐를 틀고, 광복절에 기미가요를 내보내고 이제는 기계적 균형조차 내팽개치는 이런 곳은 결코 공영방송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지적하고, 이 모든 국민에 대한 배신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오욕의 시간에 대한 책임, 대가를 반드시 낙하산 박민 사장과 경영진에게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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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함께 해야 할 일도 있다. KBS 조 부본부장의 말대로 시작은 KBS를 외면하지 말고 지켜보며 ‘우리’가 되는 것이다.

“시민 여러분 지리한 싸움의 연속입니다. 두려움을 이기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면 낙숫물로 돌을 뚫는 길 끝까지 가겠습니다. 시민 여러분 한 가지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희를 잊지만 말아주십시오. KBS가 여기 있다는 사실, KBS가 이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는 방송법의 정신과 그 책임을 실천하는 제작자.직원들이 무시당해도 또 외치고 있다는 사실, 우리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빼앗겨 밖으로 미처 전달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KBS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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