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홍 PD(촌장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CBS 유튜브 갈무리

방송작가 갑질 논란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나는 솔로’ 남규홍 PD가 해외 출장 중이라며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작가들이 도피성 출국이라며 비판했다.

앞서 문체위는 지난 10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요청에 따라 남 PD를 오는 24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4월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남 PD가 대표로 있는 촌장엔터테인먼트를 서면계약 위반과 권리침해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신고했는데, 관련해 남 PD를 증인으로 채택해 불공정 계약서 강요와 방송작가 저작권 침해, 갑질 등의 문제를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남 PD가 작가들과 서면계약을 작성하지 않고, 계약서 작성을 요구한 작가들에게 저작권 보장 대목을 삭제한 계약을 제안하는 등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해왔다. 한국방송작가협회도 남 PD 측이 방송작가가 재방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작가들 저작권을 인정하는 집필계약을 맺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남 PD가 본인과 딸을 작가 명단에 올려 저작권료를 받아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남 PD는 지난 20일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올해 안에 새로운 정규 프로그램 론칭을 준비 중”이라며 “다음 달 촬영 준비를 위해 유럽에 머물며 촬영 장소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 PD가 밝힌 해외 출장 일정은 16일부터 27일까지다. 강유정 의원은 지난 18일 문체위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행정실에서 남 PD를 찾아가 증인출석 요구서를 전달하려 전화를 했는데 모든 연락을 끊고 받고 있지 않다고 한다”고 했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22일 성명을 내고 “‘죄 지은 건 없다’고 당당하게 밝히더니 기껏 생각해낸 게 ‘나는 홀로’ 도피성 출국인가”라며 비판했다. 방송작가지부는 “프로그램 촬영도 아닌 준비를 위해 열흘 넘게 출국한다고 둘러대는 뻔뻔함에 기가 찰 노릇”이라며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비행기 표나 끊고 있었다는 것인가. ‘나는 솔로’가 아닌 ‘나는 꼼수’라 불러야 할 판”이라고 했다.

방송작가지부는 남 PD를 향해 “당장 귀국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라”며 “작가들이 쓴 방송 대본의 저작권을 부정한 근거가 뭔지, 문체부가 제정,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표준계약서 체결을 거부한 이유가 뭔지, 자신과 딸의 이름을 ‘작가’라고 엔딩 크레딧에 올린 행위가 과연 정당한지, 떳떳하다면 국회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나는 솔로’를 방송하고 있는 케이블채널 ENA와 SBS PLUS를 향해서도 “즉각 남 PD를 귀국 조치하라”며 “국정감사에 출석해 문체위원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하지 않는다면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까지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는 지난 18일 ‘나는 솔로’ 제작사 촌장엔터테인먼트에 과태료 150만 원을 부과하고 방송 제작 시정을 권고했다. 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는 촌장엔터테인먼트가 프리랜서 작가들과 서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을 ‘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 4(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 위반으로 판단했다. 방송작가지부의 지난 4월 촌장엔터테인먼트 신고에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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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문체부는 촌장엔터테인먼트에 작가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고했다. 계약 금액, 계약 당사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 수익의 배분에 관한 사항 등을 명시한 서면 계약서를 작성해 작가들에게 교부하고 이행 내용을 포함한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하라고도 권고했다.

관련해 방송작가지부는 “남 PD의 불공정행위를 인정한 것은 환영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그가 택한 도피성 비행기표값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금액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남 PD는 아직 피해 작가들에게 제대로 된 공식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다”며 “‘벌금만 내면 그만이다. 작가들에게 사과할 필요 있나’라던 남 PD의 막말이 방송업계의 표준이 되지 않도록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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