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에 재차 ‘과학적 근거를 갖춘 통일된 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때 ‘2천명 증원’ 1년 유예설까지 나왔지만,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실은 각각 브리핑을 열어 “검토 계획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의료계는 4·10 총선 뒤 의사단체와 전공의, 의대 교수·학생 등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내부 갈등이 불거져 한목소리조차 불투명하다. 8주차에 접어든 의료 공백이 총선 이후에도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어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이 제시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면담 이후 전보다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정원 확대 조정 가능성 역시 누그러졌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대학별 배정 중단이 가능한지 묻자 “학교별로 배정을 발표해 되돌릴 때는 또 다른 혼란도 예상돼,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분명한 건,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가 의-정 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배정 작업 중단’을 내건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1년 유예는 없다고 했다. 박민수 차관은 이날 오후 재차 브리핑을 열어 “1년 유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오전 브리핑에서 열린 자세를 강조하며 “내부 검토는 하겠다”고 밝혔는데 검토가 확정적으로 보도되자 다시 명확한 입장을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브리핑을 열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현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부회장은 “정부 안에서 갈팡질팡해 (의료계가) 장단을 맞추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총선 이후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 나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면 (정부도) 유연하게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의협 비대위는 총선 뒤 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등과 이번주 중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의 기자회견 성사 여부는 물론 하나 된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의협 비대위는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 “의대 교수 사직서 투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안 제시는 없었다. 내부선 갈등도 불거졌다. 박단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동 브리핑 진행을 합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또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비대위 쪽에 공문을 보내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져 극심한 내외 혼선이 발생했다”며 “임현택 회장 당선인이 비대위원장 책임을 맡으려 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대화에 나서려던 비대위 대신 의대 정원 축소 등 ‘강경론’을 편 임 당선자가 전면에 나서겠다고 한 셈이다.

한편 이날 경북대, 전북대 의대가 수업을 재개하면서 개강한 학교는 14곳으로 늘었다. 15일엔 부산대, 전남대 등 17곳도 개강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미개강 학교는 인하대, 강원대 등 9곳만 남는다.

정부는 이날 환자가 검사 없이 장기 복용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요건을 풀기로 했다. 치매나 만성 편두통 등에 필요한 의약품을 장기 복용하려면 일정 기간마다 검사평가를 거쳐 재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의사의 의료적 판단하에 검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증·응급환자를 24시간 치료하는 최상위 응급의료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 43곳 가운데 일부 진료가 어려운 곳은 16곳(5일 기준)으로 전날보다 1곳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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