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 등 해외 의대에서는 다양한 선발, 교육 과정을 통해 의사로서의 책무성(責務性·책임이나 의무를 지려는 태도)을 강조한다. 지역이나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의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취약 지역에서 일할 지원자에게 할당하거나, 의료 현장을 경험한 응급구조원과 간호조무사 등 경력자에게 가점을 주기도 한다.

지역 의사 뽑기 위해…獨 벌금 부과, 日 나이 제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만하임캠퍼스 의대 2학년 이승우씨가 간호사 인턴십을 받고 있다. 본인 제공

독일은 2018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1~2%씩 늘렸고, 2022년을 기준으로 1만 1752명을 선발했다. 이 중 최대 10%가량을 주 정부 권한으로 ‘지역 의사 할당제(Landarztquote)’로 뽑도록 했다. 의대 졸업 후 10년 간 주 정부가 지정한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일할 것을 약속하는 입시제도다.

독일 의사를 자녀로 둔 홍혜정(62)씨는 “독일 역시 농촌에 할머니들이 많아지는 반면 인프라는 자꾸 줄어들고 있어 1차 진료를 볼 주치의(가정의학 전공 의사)가 점점 줄고 있다”며 “의사 부족 현상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며 지역 의사 할당제가 지지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의사가 되기로 한 의대생은 독일의 대입 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 점수 없이 의학 고사(Test für medizinische Studiengänge) 점수만 있으면 의대에 입학할 수 있다. 대신 학업 중단 등으로 절차를 위반하면 벌금으로 25만 유로(3억 7000만원)를 내야 한다.

지역 할당제 정착을 위해 지원자의 나이를 보는 의대도 있다. 지역정원제 출신 졸업생은 9~11년간, 최소 30대 중반 이상까지 지역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입학 연령이 높을수록 복무 기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류큐대 의대의 경우 자체 선발 시험·면접 등을 통해 지역정원제 지원 자격을 재수생까지로 한정하고 있다. 오야 유스케 류큐대학 부속 병원장은 “과거에는 의대를 가기 위해 대학을 다시 들어가는 경우도 꽤 많았고, 더러 10년 이상 재수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섬이나 벽지에서 근무할 학생들의 결혼·출산 등 ‘생애 이벤트’를 고려하면 성별을 불문하고 일찍 졸업하는 게 학생들을 위해서도, 지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현역 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장 추천 전형을 만들거나 나이에 따른 가산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이 제한을 두는 의대도 있다. 학생 선발 자율권이 강한 일본 대학의 특성 덕분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응급구조사는 가점, 간호사 인턴십도 필수” 

독일 적십자사 소속 구급대원. 독일 적십자사 홈페이지

의대 입시에서 응급구조원이나 간호조무사 등 의료계 경력자에게 가점을 주는 대학도 있다. 의료 현장에서 자신의 적성을 먼저 검증한 학생이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대부분 의대가 이런 가점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만하임캠퍼스 의대 2학년 이승우씨는 “독일은 전체 의대 정원의 60%를 대학 자율 기준으로 선발하는데, 대부분 대학이 의학 고사 점수나 의료계 관련 경력을 제출할 수 있게 한다”며 “의대에서 수업을 20명 중 5~6명은 응급구조원 등 의료계 관련 경력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의대는 또 의대생들에게 국가고시 응시 전까지 3개월간 간호조무사 인턴십도 필수로 이수하게 한다. 시기는 의대 입학 전이더라도 무관하다. 홍혜정씨는 “아들은 고교 졸업 후 의사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간호조무 실습을 한 뒤 지원을 결정했다”며 “(간호 업무는) 자신의 일뿐만 아니라 관련 직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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