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충북 옥천군 묘목산업특구를 찾은 시민들이 나무를 고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5일 충북 옥천군 이원면 묘목시장. 식목일을 맞아 막바지 묘목장을 나선 사람들이 농원을 들락거렸다.

대전에서 온 이모(75)씨는 “엔부사과 묘목 한 그루를 사러 왔다가 가격이 맞지 않아 농원 여러 곳을 둘러보고 있다”며 “사과가 금값이라더니 묘목까지 귀해지고, 가격도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사·홍로·시나노골드 등 품종별 사과 묘목 값은 1만3000~1만8000원, 최고 2만원까지 시세가 형성됐다. 지난해보다 30~40% 비싼 가격이다. 이병화(70)씨는 “2년 전 1만원이던 사과 묘목을 이틀 전 1만5000원에 샀다”며 “주말농장에 사과를 비롯해 살구나무·밤나무를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면은 2005년 묘목산업특구로 지정된 국내 최대 묘목 산지다. 한해 700만 그루의 유실수와 조경수 등이 생산된다. 전국 유통량의 70%에 해당한다. 김영식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사과 묘목은 3월 말에 거의 다 팔려서 시장에 내놓은 물량이 없다”며 “접목한 사과 묘목을 심어도 열매를 맺기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리는데 앞으로 사과 먹기가 힘들 것 같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사과 값은 연일 고공 행진이다. 통계청 ‘3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사과는 지난해 동월 대비 88.2% 상승해 전월(71.0%)보다 오름폭이 컸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사과 가격은 전월 대비 7.8% 올랐다. 사과 도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10㎏당 9만원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배로 오른 값이다.

A농원 대표는 “사과 한 개 값이 만원까지 올랐다는데 사과 묘목 1그루 값이랑 비슷하다”며 “시험 삼아 사과 농사를 시작하려는 사람부터, 몇 그루를 심어 사과를 먹으려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 묘목 값이 오른 데는 지난해 묘목 생산이 줄어든 탓도 있다. 김정범 대림묘목농원 대표는 “지난해 50일 넘게 장마가 지속해서 뿌리가 썩는 등 피해 때문에 묘목 생산량이 40% 이상 줄었다”며 “생산량이 줄다 보니 일부 묘목 가격이 소폭 상승했고, 전보다 수요가 많은 사과 묘목은 더 큰 오름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사과 묘목이 인기를 끌면서 품절인 곳도 많았다. 홍로와 부사 품종은 대부분 팔렸고, 시나노골드·아리수·나가노신구 등 일부 품종만 보였다.

묘목상 B씨는 “올해 사과 묘목 4000그루를 준비해 거의 다 팔고 5그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농원 관계자는 “시나노골드를 제외한 다른 품종은 3월에 다 팔렸다”며 “집에 심기 위해 1~2주씩 사가는 사람도 있고, 귀촌을 준비하며 주말농장용으로 100·200주씩 산 손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과 묘목을 구하지 못한 손님들이 감이나 밤나무 등 유실수를 찾으면서 이들 묘목 값은 소폭 상승했다. 감과 밤 묘목 한 그루는 8000원 선으로, 애초 예상했던 6000~7000원보다 1000원 이상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자가정원용 조경수는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인기다. 조경수는 건설 경기 침체와 경기 불황으로 수요가 감소했다. 다만 왕벚나무만 한 그루당 8000원을 웃도는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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