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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가 ‘방산 협력국 대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도피 출국’ 논란을 빚다 귀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이 21일 재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수처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의 조기 귀국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공수처가 조사 시기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에게 “제가 임시 귀국한 것은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체류 기간에 공수처와 일정이 잘 조율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해 제기됐던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전 장관은 곧바로 공수처에 소환 조사를 요청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전 장관 변호인은 입장을 내고 “오늘 공수처에 이 전 장관의 모든 국내 일정을 공개하고 소환조사를 요청했다”며 “충분한 조사 준비 기간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당연히 공수처가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군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면서 “수사 외압은 정치 프레임이지 법률적으로는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발내용 자체로 충분히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의 ‘즉각 소환’을 촉구해온 여권은 그가 귀국하자 공수처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윤재옥 원내대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제 답은 공수처와 더불어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라며 “정말 문제가 있었으면 빨리 조사하고 끝내야 한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이건 공수처와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질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시끄럽게 언론플레이하고, 직접 입장문을 내는 수사기관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출국 논란의 책임을 공수처에 돌리려는 의도의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귀국 소식이 갑자기 알려진 전날에 이어 이날도 귀국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공수처가 출국금지 해제를 허락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 “조사 일정은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에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입장도, 드릴 말씀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조사 여부와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어느 쪽을 택해도 공수처에 유리할 게 없는 상황이다. 이 전 장관이 국내에 머무는 동안 불러 조사하면 지난 7일 첫 조사처럼 조사의 실익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압수물 분석과 하급자 조사가 끝나지 않아 이 전 장관을 조사할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피의자 자진 출석 요구에 맞추느라 주도권을 놓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반면 조사를 미루면 이 전 장관이 호주로 돌아갈 명분을 만들어주게 된다. 이럴 경우 여권은 출국 논란 등의 책임을 공수처에 돌릴 수 있다.

[단독]‘채 상병 사건 혐의자·죄명’은 수사 실무진이 다 같이 판단했다

지난해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판단은 약 90명의 관계인 진술, 폐쇄회로(CC)TV 분석 등 98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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