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31일 KBS '뉴스9' 갈무리

KBS의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단독 기사가 돌연 삭제된 배경에 대통령실 요청이 있었다는 내부 지적이 나왔다. 박민 사장이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강행한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국장 인사 이후 ‘뉴스 사유화’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KBS ‘뉴스9’의 김현경 주말 앵커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 국정현안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할 예정이라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내일 담화에서 의료개혁 등 국정 현안에 대해 기조와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는 단신 보도를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계획을 알린 첫 보도였지만, 약 30분 만에 기사가 삭제됐다. 대통령실은 ‘뉴스9’가 끝난 뒤인 오후 10시35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대국민 담화 일정을 공지했다. KBS는 이후 해당 기사를 다시 올리면서 삭제나 재게재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단독 단신에서 삭제까지 이례적인 이번 일은 최재현 KBS 통합뉴스룸 국장의 지시에 따른 결과로 알려졌다. KBS 기자협회가 지난 8일 내부 게시판에 올린 관련 경위에 따르면 이번 일은 최 국장 지시로 취재부서가 아닌 뉴스제작1부에서 기사가 작성됐고, 보도 후 대통령실에서 담화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청하자 최 국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KBS 기자협회는 방송으로 나간 단독성 기사가 오보 또는 중대한 오류가 있지 않음에도 출입처 요청으로 삭제된 것은 부적절하며, 이 단신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KBS 인터넷뉴스 수정삭제 가이드>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긴급 사항’일 때에는 선조치 후보고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KBS의 누구에게 기사를 내려달라는 요청을 한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KBS본부는 9일 관련 성명에서 “과정 하나 하나가 다 절차적 하자투성이”라며 “국장 발령자가 방송 당시 담화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제대로 확인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고 내보냈다면 심각한 문제이며, 또한 단독성 기사가 오보 또는 중대한 오류가 있지도 않은데도 대통령실의 요청 한 번에 삭제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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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본부는 이어 “기사 삭제 건은 낙하산 박 사장과 최재현 국장 발령자의 취임 이후 KBS 뉴스의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최재현 국장 발령자의 경우 KBS 뉴스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건국전쟁’ 보도 당시에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해당 영화감독을 직접 불러 본인이 인터뷰하고 이를 이용해 다수의 보도를 쏟아내 뉴스 사유화 비판을 받았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KBS본부는 최 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최 국장은 윤 대통령 담화를 본인이 직접 취재하고 삭제를 결정한 것이 맞는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지적 및 해명 요구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묻는 본지 질의에 9일 현재까지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측에서도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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