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지난해 경기침체 등으로 언론에 경영위기가 닥친 가운데 지역신문·방송 경영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지역MBC, 지역민영방송사 26곳 중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부산일보의 영업손실이 99억 원에 달하는 등 지역신문 실적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역언론이 본연의 활동만으론 생존을 도모하기 힘들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취재를 종합해 지역MBC(강원영동·경남·광주·대구·대전·목포·부산·안동·여수·울산·원주·전주·제주·춘천·충북·포항 등 16개사), 지역민방(CJB·G1·JIBS·JTV·KBC·KNN·OBS·TBC·TJB·UBC 등 10개사), 지역신문(강원도민일보·강원일보·경기일보·경인일보·국제신문·대전일보·매일신문·부산일보·영남일보·전북일보 등 10개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집계했다.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으며, 천 원 단위는 반올림 없이 절삭했다.

▲2022~2023년 지역 민영방송 영업이익. 정리=윤수현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지역민방 10곳 중 6곳 영업손실

지난해 민방 10곳 중 6곳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방송사는 3곳(G1·CJB·OBS)에 불과했다. 즉 일부 민방이 광고·협찬·행사 등 영업활동에선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자수입·배당금·임대료 등 영업과 무관한 활동으로 수입을 거뒀다는 뜻이다.

영업손실이 가장 큰 방송사는 UBC(울산방송)다. UBC 영업손실은 2022년 44억2064만 원에서 지난해 45억272만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1억803만 원에서 158억3024만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3억4552만 원이다.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것은 울산 지역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자회사 UBC플러스의 이익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TJB(대전방송)는 2022년 6억1565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19억526만 원)로 돌아섰다. 매출은 2022년 306억2165만 원에서 지난해 314억9566만 원으로 증가했다.

KBC(광주방송) 영업손실은 2022년 12억8484만 원에서 지난해 12억2406만 원으로 소폭 줄었으며, 같은 기간 매출은 298억1825만 원에서 300억139만 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7억4260만 원이다. G1(강원방송)은 2022년 영업이익 4억6829만 원에서 지난해 –28억3053만 원으로 대폭 감소했으며, 매출 역시 219억4347만 원에서 207억9994만 원으로 5.2% 줄었다.

CJB(청주방송)는 2022년 영업이익 4억229만 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4억3565만 원으로 하락했으며, 매출 역시 176억3500만 원에서 171억2150만 원으로 줄었다. JIBS(제주방송)는 2022년 영업손실 3억5055만 원에서 지난해 영업이익 5290만 원으로 돌아섰다.

유의미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방송사는 JTV(전주방송), TBC(대구방송), KNN(부산경남방송)뿐이다. 협찬·사업 등 광고 외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JTV 영업이익은 9억5577만 원, TBC 영업이익은 41억3904만 원이다. 두 방송사 모두 광고수입은 줄었지만 협찬·사업·이벤트 수입이 증가했다. TBC의 지난해 광고수입은 1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억6000만 원 줄었으나 방송협찬수입이 11억7000만 원 증가한 84억6000만 원, 사업수입은 27억8000만 원 증가한 155억4000만 원이다. JTV 역시 광고수입은 14억 원 줄어든 51억 원이지만 다른 분야에서 흑자를 기록해 손해를 메웠다.

KNN 영업이익은 2022년보다 11억1303만 원 줄어든 55억9691만 원이다. KNN의 2022년 광고수입은 295억1300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267억3200만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사업수입이 15억1800만 원 증가했다. OBS 매출은 2022년 395억2217만 원에서 지난해 432억5678억 원으로 9.4% 증가했으나 영업손실 28억3053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8억3497만 원이다.

▲2022~2023년 지역MBC 영업이익. 정리=윤수현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지역MBC, 여수 빼고 모두 영업손실

지역MBC 경영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줄어드는 광고수입을 보완할 뚜렷한 대안이 없어 영업손실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MBC 16곳 중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여수MBC가 유일했다. 나머지 지역MBC는 적게는 3억9261만 원에서 많게는 102억2158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곳 역시 여수MBC가 유일했다.

여수MB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억1190만 원으로 2022년 6억5847만 원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6억3195만 원에서 162억6215만 원으로 11.1% 증가했다. 여수MBC의 지난해 광고수입은 81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11억 원 줄었으나 프로그램 판매수입이 16억7292만 원 증가했다. 행사사업수입 역시 16억3975만 원으로 전년도보다 5억1912만 원 늘었다. 여수MBC는 여수산업단지를 두고 있어 다른 지역MBC보다 협찬·영업이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MBC경남(영업손실 22억3800만 원), MBC충북(영업손실 16억9000만 원), 대전MBC(영업손실 3억9261만 원) 등 3사만 영업손실 폭을 줄일 수 있었다. 광주MBC(영업손실 28억5875만 원), MBC강원영동(영업손실 9억7900만 원), 목표MBC(영업손실 5억6164만 원)는 2022년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23년 적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가장 높은 방송사는 부산MBC로 102억2158만 원에 달한다. 2022년 영업손실 55억3586만 원 대비 84.6% 증가한 것이다. 대구MBC 영업손실은 94억3091만 원으로 2022년 대비 16억6597만 원 늘었다. 지역MBC 영업손실은 광고 급감에 따른 것이다. 지역MBC 광고수입이 평균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2022~2023년 지역신문 영업이익. 정리=윤수현 기자, 그래픽=안혜나 기자.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부산일보 영업손실 99억 원… 지역신문 상황 심각

지역신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사 대상 지역신문 중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경기일보·대전일보·강원일보뿐이다. 대전일보와 경기일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2억4555만 원, 3억9758만 원이다. 2022년과 비교해 각각 74.8%, 56.8% 감소했다. 강원일보 영업이익은 2022년 1억3970만 원, 지난해 2억2875만 원이다.

부산일보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99억1665만 원으로 가장 컸다. 2022년 영업손실 89억1582만 원 대비 11.2% 증가했다. 매출액 역시 346억5544만 원에서 319억5998만 원으로 26억9546만 원 감소했다. 국제신문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022년보다 48.1% 증가한 48억9246만 원이다. 매일신문 영업손실은 2022년 4억7288만 원에서 지난해 33억1886억 원으로 601% 증가했다.

밥벌이 쉽지 않은 지역언론… 사업 의존도 높아져

지역언론은 수도권과 달리 대기업 광고 수주가 어렵다. 몇 없는 지역 기업과 건설사 광고, 지방자체단체 광고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하지만 지역 기업 돈줄은 쉽게 열리지 않고, 지난해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졌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지역언론이 본연의 역할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지역민방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광고수입은 해마다 줄어들었고, 방송이 아닌 다른 사업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방송 외 사업을 강화한 민방과 그렇지 못한 민방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UBC·KBC 등 일부 민방은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임대수입이나 이자수입으로 방송 매출 부족분을 채우는 형태”라며 “이제 방송으로 돈을 버는 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고 했다.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관계자는 “향후 지역민방에서도 통폐합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경영 상황이 악화된다면) 결국 사업과 연관된 프로그램 등으로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역은 하나의 가치인데, 민방이 지역을 지킬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 위해선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승 지역MBC 전략지원단장은 “지역MBC들이 태양광·골프장·베이커리·커피숍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광고 하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 규모가 작다 보니까 광고를 대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지역MBC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 개발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시내에 있는 연주소를 이전해 매각 차익을 보는 방식으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 [창간기획] 자산매각에 명예퇴직까지 해봤지만... 지역언론 참혹한 성적표
  • 방송·신문 영업이익 2년 연속 1위는 SBS·한국경제
  • 코로나 한창 2021년 언론사 경영 매출 상승하긴 했지만…
  • 구조조정에 사옥매각까지… 생존 위협받는 지역언론

연주소는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장소, 즉 사옥을 말한다. 지역MBC들은 경영난 자구책으로 사옥 매각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MBC는 2019년 4000억 원에 사옥을 매각했으며, 부산MBC는 2021년 3600억 원에 사옥을 매각했다. 제주MBC 역시 2022년 8월 사옥부지 매각을 발표했다.

지역신문은 지자체 예산 축소와 광고 급감이라는 이중고를 맞이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역신문의 지자체 의존도가 높은데, 지자체 예산이 지난해부터 대폭 줄었다”고 했다. 문영진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은 “지역신문이 언론으로서 역할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지역신문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사업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 향후 (언론이 사업에 동원되는 것이) 요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