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이상 기상 현상이 심해지면서 사과와 배 같은 과일의 봄철 냉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과일 나무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데, 때아닌 봄 서리 발생이 잦아지면서 꽃눈이 얼어버린 결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최근 발간한 이슈보고서를 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사과와 배 봄철 동상해 피해액이 86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과·배 농가에 지급된 전체 보험금(1조3697억원)의 63%를 차지하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과수 농가의 피해가 봄철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연도별 보험지급액을 보면 기상 관측 이래 겨울 평균기온(12월~2월)이 2.8도로 가장 높았던 2019년 겨울을 지나 봄꽃을 피웠던 2020년이 234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겨울철 기온 하강 폭과 호우 등 기상이변이 많았던 2023년 보험금은 1684억원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농작물재해보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봄철 서리 피해로 사과·배 나무에 달린 열매 수량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16.5%, 31.8% 감소했다. 김태후 연구위원은 “사과와 배 주산지인 충청·경상·전라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봄철 동상해가 나타났다. 우박과 함께 탄저병까지 발생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봄철 동상해로 인한 과수 생산량 감소는 도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조사 결과, 사과의 도매 가격은 지난해 1분기 3만2304원(10㎏ 부사 기준)에서 올해 같은 기간 6만7469원으로 109% 올랐다. 배(15㎏) 가격도 같은 기간 148%(3만4415원→8만5504원) 상승했다. 지난해 봄철 발생한 동상해 피해가 올 상반기까지 과일값 상승을 유발한 것이다. 

 사과의 주요 재배지인 충북·경북·강원 지역의 봄철 서리 발생 빈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과일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청주의 경우 최근 10년간 3~4월 서리 횟수가 5.6회에서 최근 5년간 7.8회로 증가했고, 대구의 경우 지난 10년간 4.8회에서 최근 5년간 6.6회로 나타났다.

 박한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과채관측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4~5월 우박과 수확 철 집중 호우 같은 예측이 힘든 기상이변이 1년 내내 빈번해지면서 국내에서 과일 재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진흥청이 농업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농림축산식품부가 온풍기, 살수 시스템, 방상팬 등 봄철 서리 피해 예방에 필요한 장비 구매를 보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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