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세이아》 1 -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시리즈 세 번째 고전은 호메로스의 두 번째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입니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트로이전쟁에 참전했던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입니다. 그러니까 《일리아스》의 주제가 아킬레우스의 분노였다면, 《오디세이아》의 주제는 오디세우스의 귀향(歸鄕)인 셈입니다.

《일리아스》가 트로이전쟁 마지막 50일 동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기승전결로 풀어냈다면,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10년에 걸친 귀향길에서 마지막 40일 동안을, 현재와 과거 회상 다시 현재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을 찾아가 봅시다.

흔들리는 귀향

《오디세이아》 첫 1~4권은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 홀로 남은 아내 페넬로페와 그녀를 유혹하는 주변 귀족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정작 주인공 오디세우스는 5권째가 되어서야 나타납니다. 좀 이상한 구조이지요? 눈치를 채셨나요?

전쟁이 끝나 다른 그리스 용사들은 하나둘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우리의 오디세우스는 연락조차 없습니다. 페넬로페 주변의 귀족들은 그가 이미 죽었다며 그녀에게 더욱 노골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한둘도 아닙니다. 《오디세이아》에서는 백 명이 넘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남자들의 정열이 원래 대단하지만, 홀로된 페넬로페의 아름다움이 그 열정을 더욱 자극했나 봅니다.

사실 페넬로페는 트로이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그리스 최고 미인 헬레네의 사촌 누이입니다. 그 집안의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그녀의 미모도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작은 소국에 불과하지만, 이타케는 능히 망하게 할 정도는 되었나 봅니다.

그러나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먼저 짜야 한다며 수의 마련이 끝나면 정혼자를 선택하겠다고 그들의 구혼에 대답을 미룹니다. 그러면서 낮에는 수의를 짜고 밤이 되면 짠 베를 다시 풀기를 반복했습니다. 여기서 밤낮 없이 일을 해도 끝나지 않는 일을 가리키는 ‘페넬로페의 베 짜기’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페넬로페와 구혼자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그런데 어찌 그녀의 태도가 깔끔하지 않습니다. 노골적인 구혼에 대한 그녀의 거절이 단호하다기보다 좀 구차하게 느껴집니다. 그녀 또한 주저하고 망설인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그녀의 태도가 구혼자들에게 도리어 비집고 들어올 여지를 주는 듯도 합니다. 적어도 정열적인 그리스 구혼자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집적댈 명분을 주는 처신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긴 전쟁까지 포함하면 벌써 20년이니, 페넬로페에게 더 이상 순결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오디세우스의 이타케 궁은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주변의 음탕한 귀족들이 제집처럼 들락거리고, 여주인마저 이처럼 흔들리니, 이를 눈치챈 시녀들까지 위아래 없이 방탕하여 이타케 궁의 밤은 불안하고 질퍽하였던 겁니다.

이렇게 오디세우스의 귀향 이야기는
고향 이타케와 아내 페넬로페의 불안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한 남자의 귀향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마침내 돌아가야 할 고향 이타케,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내 페넬로페의 근황부터 찜찜하고 불안하게 그려집니다. 《일리아스》가 이후 역사서에 영향을 끼친 데 반해, 《오디세이아》가 후대 문학작품에 다양한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평가는 이런 형식과 복선도 하나의 이유라는 생각입니다.

이처럼 한 남자의 귀향 이야기를 출발지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 그가 돌아가야 할 도착지에서 시작합니다. 그곳은 그가 기대하는 귀향의 동인(動因)인 안식처가 아닌 긴장과 갈등의 불씨를 피워 이후 작품 전개에 연막을 치는 배경으로 그려집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에 도착했을 때 과연 아내 페넬로페는 당당히(?) 그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아니, 페넬로페는 이타케 궁에 남아 있기는 할까요? 24권 내내 독자의 궁금증을 들었다 놓았다 하려는 호메로스의 밑밥이 이렇게 1~4권에 깔려 있습니다.

-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 (가디언, 2022)
 

최봉수 칼럼니스트

최봉수

김영사 편집장
중앙 M&B 전략기획실장
웅진씽크빅 대표이사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프린스턴 리뷰 아시아 총괄대표
주요 저서 <출판기획의 테크닉>(1997), <인사이트>(2013), <오십, 고전에서 역사를 읽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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