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청각장애인 K팝 아이돌 그룹 ‘빅오션’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주관 2024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축하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찬연, 현진, 지석. 조태형 기자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

장애인의 날인 지난달 20일, 세계 최초의 청각장애인 K팝 아이돌 그룹 ‘빅오션’이 데뷔했다. 첫선을 보인 무대는 MBC TV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 데뷔곡은 1세대 아이돌 그룹 에이치오티(H.O.T.)의 곡 ‘빛(Hope)’을 리메이크한 ‘빛(Glow)’이다.

빅오션 멤버들이 서울 강남구 소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데뷔곡 ‘빛’의 수어를 연습하고 있다.

지석이 데뷔곡 ‘빛’의 수어를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다.

찬연이 멤버들과 함께 데뷔곡 ‘빛’의 수어 챌린지 영상 촬영을 앞두고 자신의 파트를 연습하고 있다.

데뷔 무대 전날 멤버들은 긴장과 설렘 탓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충혈된 눈으로 새벽에 숙소 인근의 헤어숍을 찾아 하루를 시작했다. 생방송 7시간 전에 도착한 방송국 대기실. 틈이 날 때마다 안무를 반복해 연습하고 거울을 보며 얼굴 표정을 확인했다. 두 번의 리허설을 마친 후에는 모니터링 영상을 확인하며 안무와 시선처리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기실에서 마지막 연습을 한 뒤 ‘빅오션’ 멤버들은 꿈에 그리던 생방송 무대에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와 춤 실력을 뽐냈다.

대학병원 청능사가 직업이었던 메인래퍼 찬연,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었던 메인보컬 현진, 알파인스키 선수 출신의 메인댄서 지석이 ‘빅오션’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청각장애인이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변 사람들의 의문과 우려를 안고 멤버들은 함께 먹고 자며 편견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들의 데뷔를 앞두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응원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라이브는 어떻게 하느냐?’, ‘팬미팅에서 수화해야 함?’ 등 걱정 섞인 질문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들은 청각장애인이지만 수어만이 아니라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활용해 음성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잘 안 들리지만 이걸 핑계 삼을 수 없다”는 멤버들의 의지와 꿈을 향한 노력이 더해져 직접 녹음한 음원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곡 챌린지 영상 촬영을 앞두고 각자 파트의 수어를 연습하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곡 ‘빛’의 수어 챌린지 영상 촬영을 앞두고 거울을 보며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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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시절, 녹음을 위해 보컬 레슨을 받으며 어느 정도 힘을 내야 필요한 음을 낼 수 있는지 몸을 쓰는 법을 익혀 나갔다. 데뷔곡 음원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이 수없이 녹음한 목소리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도 받았다. 안무를 익히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서로 인기척을 못 느껴 부딪힌 적도 많다. 그런 순간에는 서로의 어깨선을 살피며 거리와 대형을 맞춰나갔다. 여기에 진동으로 박자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와 반짝이는 모니터빛 메트로놈을 활용해 그들만의 안무와 춤을 완성할 수 있었다.

빅오션은 춤과 노래로 호소하는 대다수의 아이돌 그룹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수어 음원’이다. 가사를 수어로 보여주는 수어 음원을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멤버들은 단어 하나하나의 표현에 집중하고 고민했다. 박자에 맞춰 동시에 수어를 표현하기 위해 거울 앞에서 서로를 관찰하며 각자 파트에 맞게 연습을 반복해 나갔다. 멤버들이 수어 음원에 정성을 쏟은 이유는 차별 없이 누구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현재는 한국수어 음원만 공개했지만 이후에는 미국수어, 국제수화 음원도 선보일 예정이다.

빅오션 멤버들이 연습실에서 댄서들과 데뷔곡 ‘빛’의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현진과 찬연이 데뷔곡 안무 연습 중 부상 방지를 위해 테이핑하고 있다.

찬연과 지석이 데뷔곡 안무 연습 중 대형을 맞춰보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박자를 맞추기 위해 스마트워치 형태의 진동 메트로놈을 착용한 채 안무를 연습하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곡 ‘빛’의 수어 챌린지를 연습하고 있다.

데뷔 당일, 무대에 오르기 3시간 전에 정식 음원발매의 순간을 먼저 맞이했다. 방송국 대기실에서 1000여 명의 팬들과 동영상 플랫폼 ‘틱톡’으로 함께했다. 세계 각지에서 참여한 팬들과 라이브로 음원을 들으며 기쁨을 나눴다. 영상 속 팬들은 수어로 “너희들은 정말 대단해”, “난 너희 모두가 기대돼”라며 멤버들에게 축하와 기대를 전했다. 처음 접하는 팬들의 반응에 그들은 환한 미소와 감동의 눈물로 화답했다.

데뷔 무대를 무사히 마친 빅오션 멤버들은 ‘고생했다’며 서로를 토닥였다. 찬연은 “안무 중 수어를 하는 구간에서 관객들이 집중하며 즐기는 느낌을 받아서 너무 신기하다”며 환히 웃었다. 지석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즐거운 무대를 보여드려서 좋고, 앞으로도 연습을 많이 해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 후에 멤버들은 무대에 함께 오른 다른 아이돌 그룹과 인사를 나누고 수어 안무 부분을 소개했다.

현진과 찬연이 서울 강남구의 한 미용실에서 데뷔 무대를 위한 메이크업을 앞두고 떨림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서울 마포구 MBC미디어센터에서 데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찬연이 데뷔 무대를 앞두고 인공 와우와 함께 마이크를 착용하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 무대를 앞두고 추억을 남기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 무대 리허설을 앞두고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각오를 다지고 있다.

빅오션의 음원발매와 정식 데뷔는 신선한 울림이 있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던 소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차해리 대표의 말은 현실이 됐다. 빅오션은 ‘큰 바다처럼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널리 퍼트리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그룹명이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키워드를 갖는 K팝 아이돌 그룹이 되고 싶다는 그들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현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평범한 아이돌로 봤는데 알고 보니 청각장애가 있어서 더 멋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 무대를 앞두고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통해 팬들과 데뷔곡 발매의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 음원을 공개하며 팬들이 보내준 축하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빅오션 멤버들이 데뷔 무대를 마친 후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불고 있다.

빅오션이 무대에 올라 조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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