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가 선물한 현재…데뷔 9년만에 팬미팅 투어 가요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드라마 데뷔 9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배우 변우석. [사진 바로엔터테인먼트]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큼지막한 사진이 걸리고, 생애 처음 서울·타이베이·방콕·마닐라 등 아시아 전역을 도는 팬미팅 투어를 열게 됐다. 배우 변우석(33)의 전성기는 드라마 데뷔 9년 차에 찾아왔다.

폭발적 인기를 안겨준 작품은 지난달 28일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tvN, 이하 ‘선업튀’). 인기 가수 류선재의 죽음에 절망한 열성 팬 임솔(김혜윤)이 그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타입슬립 로맨스물이다. 변우석이 연기한 류선재는 15년간 임솔을 바라본 인물이다. 임솔은 돌아간 과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오랜 기간 자신을 짝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타를 직접 만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는 전개에 팬과 스타 간 쌍방 구원 서사가 더해지며, 드라마는 초반부터 입소문을 탔다. 굿즈(팬 상품)를 파는 팝업스토어에는 새벽부터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고, 종영 당일 최종회 단체 관람 입장권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관객은 대부분 2030 여성이었다. 극 중 류선재의 소속 그룹 이클립스가 부른 ‘소나기’는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우석은 얼떨떨하고 마냥 신기한 표정이었다. 그는 “작품마다 열심히 임해 온 저 자신은 그대로인데, 너무 많은 사랑을 받게 돼 놀랍다”며 “‘운이 좋았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재 앓이’ 열풍에 대해 그는 “아무래도 류선재의 소나무 같은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영화 ‘노트북’이 인생 영화일 정도로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선재가 그런 인물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수영부 에이스인 19살 고교생 류선재를 연기하기 위해 3개월간 수영을 배웠고, 34살 톱스타 류선재가 되려고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기술적인 요소만큼 연기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10대·20대·30대, 각 연령대 류선재의 감정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령대별로 감정이 바뀌었을 때 연기 톤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고교생의 풋풋함부터 톱스타의 외로움까지, 15년의 시차를 매끄럽게 소화한 변우석 덕분에 캐릭터 몰입감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극본을 맡은 이시은 작가는 지난달 31일 종영 인터뷰에서 “지고지순하고 한없이 다정한 류선재 캐릭터는 각이 없으면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데, 변우석의 연기가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다”고 평했다.

큰 키(1m89㎝)에 2010년부터 모델로 활동한 변우석은 2016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tvN)를 통해 연기에 뛰어들었다. 단역부터 특별출연·조연은 물론 웹드라마까지 가리지 않고 꾸준히 다작했다. 어려움도 많이 겪었는데, “대본 리딩만 하고 잘린 적도 있고, 오디션도 너무 많이 떨어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전작인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2023)에서 악역(류시오)을 잘 소화해 호평받았고,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2022)를 통해 ‘선업튀’ 제작진 눈에 들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 연기를 잘한다는 얘기를 꼭 듣고 싶어요. 과연 제 연기에 스스로 만족하는 날이 올까 싶으면서도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