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자 강준만. 사진=미디어오늘

“조중동에게 독극물과 같은 극렬한 딱지를 붙여 공격하는 게 옳은가?…그런 식의 공격은 언론개혁 시도 자체를 희화화할 뿐이다. ‘아, 저 사람들이 증오와 한 때문에 조중동을 공격하는구나!’ 하면서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조중동을 보게 될 것이다.” (월간 인물과 사상 2007년 4월호) 

한국 사회에서 언론비평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언론학자 강준만의 지난 30년을 추적한 책이 나왔다. 1991년 SBS 기자로 입사한 언론인 윤춘호가 진보의 상징과 같았던 한 지식인이 점점 진보와 틈이 벌어지는 과정을 성실하게 추적했다.

저자는 “‘달라진 강준만’을 살펴보는 것으로 ‘달라진 한국의 진보’를 생각하는 것이 이 책을 쓰는 첫 번째 목적”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념과 가치로 뭉쳤던 진보 엘리트그룹은 이제 권력을 중심으로 뭉친 이익집단으로 보인다”고 했으며 참여정부 이후 20여년을 “진보 반동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강준만을 향해서는 “진보 반동의 시대에 진보의 위선과 퇴행, 허위의식과 무능을 끊임없이 고발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시기는 강준만 입장에서는 더는 진보라는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가짜 진보의 시대”라고 했다.

저자는 특히 “강준만이 이재명에게 보이는 차가운 시선은 팬덤 정치에 대한 반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재명의 등장은 역사적 퇴행이라는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강준만은 민주당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팬덤 정치의 득세는 왜곡된 형태의 대중 참여이고, 그 근저에는 반지성주의가 흐르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책에 따르면 강준만은 두 번, 언론과 싸웠다. 김대중 정부 시절 보수의 상징 조선일보와 싸웠고, 문재인정부 시절 진보의 상징 MBC와 싸웠다. 저자는 “강준만의 언론 비판은 ‘권력과의 전쟁’이었다”면서 “강준만에게 지금의 MBC는 오만한 권력일 뿐”이라고 썼다. 저자는 강준만이 2000년대 초 안티조선운동 시절을 거치면서 “진보 시민단체의 운동 방식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강준만이라는 인물과 사상을 따라간다. 

▲신간 '강준만의 투쟁'. 윤춘호 저. 개마고원. 

1980년대 초 MBC 라디오PD와 중앙일보 기자로 짧게 일한 뒤 미국 유학을 택했던 강준만은 1995년 <김대중 죽이기>로 이름을 알렸다. ‘김대중을 잡아먹고 자란 조선일보’라며 보수 신문을 정면 비판했으며 본격적인 언론비평 시대를 열었다. 실명 비판에 거침이 없었고 그 어떤 학자보다 논쟁을 즐겼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300권에 가까운 책을 썼다. 국내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저자는 강준만을 가리켜 “남의 글을 빌려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천재”라고 했으나 동시에 “책 분량의 절반 정도가 인용인 경우도 있다”며 호불호가 갈리는 그의 저술 방식을 전한 뒤 “지금까지 자신이 몇 권이나 책을 썼는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오만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강준만을 향해 “학연, 지연, 혈연과 철저하게 담을 쌓고 살아왔다. 어떤 조직,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았다”며 “명예로운 고립,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했다”고 평가한다. “보수 진보 어느 편으로도 갈 수 없는 외로움이 강준만을 지배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저자는 “진보는 강준만을 외면하고 무시하려는 반면, 보수는 진보를 공격하는 일회용 소재로 이용하려 할 뿐”이라며 “거의 검토되거나 논의된 바 없는 ‘내부고발자’ 강준만의 모습을 살펴보려는 것도 이 책의 목적”이라고 했다. 강준만이 ‘변절’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강준만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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