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은 시작이 아니며, 죽음이 끝도 아닙니다.”

‘비디오 시대의 렘브란트’ 빌 비올라(사진)는 생전에 장자의 이 말을 자주 인용했다. 그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자택에서 영면했다. 73세. 아내 키라 페로프는 사인을 “조기 발병한 알츠하이머의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비올라는 1974년 백남준이 뉴욕주 시러큐스의 에버슨 미술관에서 ‘TV부처’ ‘TV정원’을 선보일 때 조수였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였고,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 ‘순교자들’(2014)과 ‘마리아’(2016)를 영구 설치했다.

거꾸로 매달린 채 물·불·모래·바람을 견디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느린 영상에서 르네상스·바로크 종교화의 감동을 맛본 이들은 그를 ‘하이테크 카라바조’라고 평했다.

빌 비올라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 중 ‘대홍수(Deluge)’. [사진 부산시립미술관]

비올라는 삶과 죽음 같은 근원적 질문에 몰두했다. 시작은 6살 때 호수에서 익사할 뻔한 경험. 구조되기 전까지 수면 아래서 본 세상이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인생에는 보이는 것 외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는 돌아봤다. 2011년 서울서 만난 그는 “고통을 삶의 필수 요건으로 긍정하고, 인내에서 희망을 찾는다”고 했다.

“인생은 강과도 같습니다. 작은 개울에서 시작해 여러 물줄기와 이어지고, 때론 폭포도 되죠. 인류는 이 물줄기에 들어왔다가 언젠가는 사라져요. 그러니 크든 작든 뭔가를 남겨야 합니다.” 11월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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