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굉장히 고뇌하면서 춤을 추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고뇌할 시간이 없어졌어요(웃음). 더 즐기면서, 더 신나게 춤을 추게 됐죠. 발레리나로서 제 전환점은 출산인 것 같아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최고 등급 무용수) 박세은이 동료 무용수들과 내한해 오는 20~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에투알 갈라’ 공연을 펼친다. 사진 예술의전당

세계 최고(最古)의 발레단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POB)의 에투알(최고 등급의 무용수) 박세은(35)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너무 바빠서) 가끔 출산했다는 걸 까먹고 산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출산해 워킹맘 무용수가 된 박세은은 20~24일 국내 관객과 갈라 공연으로 만난다. 박세은이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2022년 에투알 갈라 이후 2년 만이다.

"저는 임신 3개월까지 무대에 올랐어요. 그때 딸이 10cm였고 겁이 났지만 의사들이 근육이 많으니 괜찮다고 계속 춤을 추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10개월 동안 춤을 못 춘다는 생각에 우울했는데, 임신 3개월 차 이후엔 공연은 못 올랐지만 연습은 계속 했어요."

만삭 때까지 토슈즈를 신고 연습을 계속했던 박세은이 발레단에 복귀한 건 출산 6주 후. 근육량이 많아 회복이 빨랐다.

"그냥 빨리 복귀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어요. 제가 근육이 많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특별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컨디션이) 돌아왔어요." '엄마 박세은'은 그렇게 출산 6개월 만에 무대 위 '키트리'(돈키호테), '오데트'(백조의 호수)로 돌아왔다.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2024' 기자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 박세은, 폴 마르크. 사진songgyunshin

이번 내한 공연은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레퍼토리 중 18개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갈라 무대다. 박세은은 ‘마농의 이야기’ 중 침실 파드되, 빈사의 백조 솔로, ‘백조의 호수’ 중 흑조 파드트루아 등에 출연한다. 윌리엄 포사이스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20·21일), 호세 마르티네스의 ‘내가 좋아하는’(23·24일)등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에이알디(ARD)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다비드 포퍼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백승연이 연주한다.

박세은이 직접 무용수를 캐스팅하고 프로그램을 짰다. 폴 마르크, 발랑틴 콜라상트 등 6명의 에투알을 포함해 POB 무용수 10명이 출연한다. 지난해 ‘지젤’ 내한 공연 중 에투알로 승급된 무용수 기욤 디옵도 볼 수 있다.

"폴은 저희 발레단에서 가장 높게 점프하는 무용수예요. 한 번 도약하면 객석에서 '와' 소리가 들릴 정도죠. 발랑틴은 2018년 돈키호테 키트리 역으로 에투알이 됐어요. 그래서 돈키호테 출 때 '내 것이다'하는 눈빛이 나오거든요. 객석에 앉아서 발랑틴을 봤는데, '키트리는 이렇게 추는 거구나' 하며 감탄했어요." (박세은)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2024' 기자간담회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무용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같은 발레단 동료인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 사진songgyunshin

작품 라인업이 진수성찬이다. 미하일 포킨, 케네스 맥밀런, 조지 발란신, 루돌프 누레예프 등 내로라하는 대가의 작품이 총출동했다.

"1년 전부터 공연 준비를 했는데 끝이 안 보였어요. 잠자려고 누워도 '더 좋은 작품 없을까?' 계속 고민했죠. '최고의 작품'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이번 작품 하나하나가 제겐 보석 같습니다."

박세은은 그 중 미국 현대 발레의 거장 윌리엄 포사이스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이 특히 어려웠다고 했다.

"이 작품을 하자니까 동료들이 눈이 휘둥그레지더라고요. 굉장히 음악이 빨라서 어느 순간 갑자기 순서를 까먹기도 하고요. 에투알도 힘들어할 만큼 음악이 빠른데 정교함을 표현해야 하고, 안무도 어렵고…그래서 작품 제목처럼 해냈을 때 짜릿하거든요. 관객들도 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2011년 준단원으로 입단한 박세은은 2021년 POB의 352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이 됐다. 150명이 넘는 POB 무용수 중 에투알은 단 16명 뿐이다. 박세은은 전막 발레로도 한국을 찾고 싶다고 했다.

2022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에투알 갈라' 프레스 리허설에서 폴 마르크와 함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이고 있는 박세은. 사진 롯데콘서트홀

"다시 한국에서 공연할 땐 '지젤'을 맡고 싶어요. 누레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꼭 전막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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