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이 29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BS 제공

“제가 분리 불안이 있는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라디오를 하지 않는 동안) ‘나는 누구와 떨어져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사이 공연도 하고 다른 방송도 나가고 바빴습니다. 이것저것 하면 잊힐까 했는데 쉽사리 치유되지 않더군요. 다시 돌아오니 이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새 방송 시간, 애청자 분들과 밀착 관계 형성은 아직이지만 그래도 일단 ‘엄마가 집에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라디오 DJ로 복귀한 가수 김창완이 라디오 없이 보낸 지난 4개월을 돌아보며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김창완은 지난 22일 첫 방송된 SBS 러브FM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저녁바람)를 통해 DJ로 돌아왔다. 지난 3월 24년간 진행한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아침창)에서 하차한 지 4개월 만이다.

<저녁바람>은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이들을 위한 저녁 음악 프로그램이다. 매일 오후 6시5분 방송된다. 매일 아침 9시를 책임졌던 김창완에겐 ‘시차 적응’이 필요할 만큼 큰 변화다. 식사 시간부터 운동 습관 같은 사소한 일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달라진 청취자에 대한 적응도 필요하다.

“아직 몸만 저녁으로 왔죠. 저녁이 어떤 시간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침창> 때는 오프닝 멘트도 절로 나왔는데 아직은 고되네요. 시차 적응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지난 3월 그의 마지막 방송은 화제가 됐다. 청취자에게 직접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다 이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라디오 없이 보낸 4개월은 분리 불안을 느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다 다시 DJ 제안을 받았다. 약 한 달 전 일이다. “그때부턴 무슨 일을 하든 신바람이 났습니다. 그 전에는 다른 방송국을 가더라도 마음이 떠있었거든요. 그냥 손님으로 가는 거였으니까요.”

<저녁바람>의 정한성 PD는 김창완이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몇 안되는 라디오 진행자”라고 했다. “25살 여성 청취자가 밴드 무한궤도의 노래를 신청했습니다. 그 나이대라면 모르는 게 자연스러운 노래죠. 신청곡을 틀었더니 5060 중장년층 청취자가 무척 기뻐했습니다. <저녁바람>은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라디오의 위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진단이다. <아침창> 훨씬 이전부터, 도합 47년 간 라디오를 진행해온 김창완은 “약수 같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언젠가 산에서 흐르는 약수물을 본 적 있어요. 물을 잠궈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도 다 사먹는 시대니까요. 우리가 사는 게 그렇게 강박한 거죠. 매체 역시 사먹는 물처럼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라디오라면 누가 와서 떠먹어도 되는 약수가 되면 되지 않나요. 듣거나 말거나 맑은 물을 늘 흘려보내는 겁니다. 구정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방법도 맑은 물을 계속 붓는 것 말곤 없잖아요. 저는 그런 방송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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