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사진=정민경 기자.

“정말 괜찮은 프로그램이 시청률 안 나온다며 없어지는 걸 자주 봤다. 분명 완성도도 높고 여기저기 언급도 많이 되는 것 같은데 시청률이 안나오는 걸 보면 의아했다. 들여다보니 화제성은 높은데 시청률 하나만 가지고 작품들이 사라지는 걸 보니 납득이 안됐다. 그래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기획한 것이 화제성 조사다.”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가 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2013년 설립되어 2015년 TV화제성 조사를 발표한 후 현재까지 총 3400여 편의 드라마, 예능,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왔다. 2021년부터 OTT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포함한 TV-통합 화제성 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 대부분의 방송사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클라이언트로 화제성 조사 등의 데이터를 시청률과 함께 참조하고 있다.

OTT플랫폼과 IPTV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콘텐츠가 소비된 지도 오래됐으나 TV시청률 외에는 각 디바이스에서의 소비량 조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OTT는 시청규모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화제성 조사는 언론 주목량과 댓글 반응, 네티즌 게시글과 댓글, 동영상 클립 양과 조회수, SNS의 글들을 수집해 필터링 이후 계산된다.

화제성 조사는 8년이 지나면서 안정화됐다고 한다. 서울 영등포구 카페에서 만난 원 대표는 “지금은 방송 시장에서 화제성 지수에 대해 크게 의심하지 않고 기사도 많이 나오지만 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조사되는 거냐, 시청률과 달리 젊은 세대의 취향만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제는 ‘시청률은 높았지만 화제성은 낮았다’라든가 ‘시청률은 낮았지만 화제성은 높았다’는 식의 다양한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2024년 상반기 비드라마 화제성 ‘최강야구’, ‘미스트롯3’, ‘현역가왕’ 순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비드라마 화제성 (2024년에 3주 이상 방송된 프로그램 대상) 1위는 JTBC ‘최강야구’였다. 2위는 TV조선의 ‘미스트롯3’이었고 3위는 MBN의 ‘현역가왕’ 순이었다. 그 뒤로는 JTBC와 웨이브의 ‘연애남매’, MBC ‘나혼자 산다’, tvN ‘서진이네2’, ENA와 SBS Plus의 ‘나는 SOLO’,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뒤를 이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2024년 상반기 비드라마 화제성 TOP20. 사진=굿데이터코퍼레이션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의 특징① 연속성 있는 대화거리 제공

원순우 대표가 꼽은 화제성 있는 콘텐츠의 공통점은 뭘까. 원 대표는 우선 ‘연속성 있는 대화거리 제공’을 꼽았다. 원 대표는 “예능이든 드라마든 화제성이 있으려면 ‘기다렸다가 봐야 되는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다음 것이 궁금하지 않으면 안 본다는 뜻”이라며 “화제성이 ‘뒤로 갈수록 올라가는 추세’를 보여야 경쟁력이 있고 재미있는, 좋은 광고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이다. 출연자들이 유명해서 공개 초반에 화제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초반 이후, 중반부터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스토리에 대한 연속성이 없다는 이야기”라고 짚었다.

이 특징은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도 적용된다. ‘다음 회차에선 어떨까’ 기대되는 예능. 상반기 화제성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나는 SOLO’라든지 ‘최강야구’ 같은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한다.

▲JTBC '최강야구'.

다만 tvN ‘서진이네2’와 같은 예능은 예외로 꼽힌다. 원 대표는 “사실 나영석 PD 예능의 특징은 출연자들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초반 화제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화제성이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공통점이 보인다. 왜냐하면 다음주 내용을 꼭 봐야하는 스토리는 아니기 때문”이라며 “시청자들이 밥을 먹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틀어놓고 보기에 좋은 프로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결말이 궁금해!’ 같은 류의 프로는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같은 이유로, 중간부터 봐도 전혀 상관없기 때문에 시청률이나 화제성도 유지된다. 이것을 강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의 특징② 전문가와 일반인의 조화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의 또다른 특징으로 원 대표는 ‘전문가와 일반인의 만남’을 꼽았다. “tvN의 ‘유퀴즈 온더 블록’, JTBC ‘최강야구’ 역시 엄밀히 따지면 전문가와 일반인의 만남이다. 상위권 탑 20위에 들어가는 예능 중에서 순수하게 연예인들이 이끌고 오래 인기를 끄는 예능은 SBS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이다. 예능에 연예인들만 나와서 콘텐츠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연예인이 아닌 전문가가 나오거나 일반인들이 극을 이끄는 흐름은 2023년부터 매우 견고해졌다. 연예인들이 나와서 이끄는 프로라고 할지라도 일반인과 연예인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나오는 프로가 화제성이 높다.”

2023년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한 해 동안 매주 발표한 TV-OTT통합 화제성 비드라마 출연자 부문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기안84, 덱스, 김대호, 백종원 등이 TOP10 안에 들었다. 지금은 모두 연예인으로 분류될 만큼 인기를 얻은 인물들이지만, 전통적인 방송인 경로는 아니다.

▲MBC '나혼자 산다'.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의 특징③ 예능에서 연기를 하지 않는다

‘나혼산’에서 기안84나 김대호 아나운서의 활약, ‘나는 SOLO’의 오랜 인기 요인으로 보통 ‘리얼리티’를 꼽는다. 기안84나 김대호 아나운서는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사는 모습을 보여줘서 인기를 끌었고, ‘나는 SOLO’의 경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 대표는 시청자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에서도 ‘진짜 리얼’을 골라서 반응한다고 짚었다.

“아무리 ‘리얼리티’라고 하더라도 ‘연기’처럼 보이는 것에 시청자들은 돌아선다. 예를 들어 배우나 개그맨들이 나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한다. 웃긴 척, 재밌는 척, 놀라는 척, 슬픈 척. 여행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그런 연기가 느껴지는 것은 화제성이 높지 않다. 물론 MBC ‘나혼자 산다’처럼 경계에 있는 것도 있다.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은 꽤 리얼하지만 그것을 모니터링하는 사람들은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연예인들이 나와 ‘연기’를 하는 예능은 기복이 심하다. 예를 들어서 전반적으로는 화제성이 높은 프로지만 ‘놀면 뭐하니’의 경우 누가 출연하느냐, 어떤 행위를 하는 회차냐에 따라서 들락날락한 화제성을 보여준다.”

▲'나는 SOLO' 16기 방송화면 갈무리. 

상반기 드라마 화제성 ‘선재 업고 튀어’, ‘눈물의 여왕’, ‘내 남편과 결혼해줘’ 순

2024년 상반기 드라마의 경우, 화제성이 가장 높았던 4개가 모두 tvN 드라마였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2024년 상반기 드라마 화제성 (2024년에 시작된 드라마 기준) 1위는 tvN의 ‘선재 업고 튀어’ 였다. 2위는 tvN의 ‘눈물의 여왕’, 3위는 tvN의 ‘내 남편과 결혼해 줘’였다.

관련기사

  • 시청률로 잡아내지 못한 ‘우영우’ 드라마 ‘펀덱스’ 지표는
  • 30년된 TV시청률 집계에 언제까지 프로그램 운명 맡기나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2024년 상반기 드라마 화제성 TOP20. 사진=굿데이터코퍼레이션

원 대표는 “올해의 진정한 대박은 ‘눈물의 여왕’”이라며 “시청률과 화제성이 모두 역대급으로 나왔다. 이제는 이 작품이 진짜 잘됐느냐 아니냐를 볼 때,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눈물의 여왕’이 대단한 것은 전 연령층, 성별 상관없이 모두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라며 “‘선재 업고 튀어’의 경우 시청률은 화제성에 비해 낮았다. 전 연령층에서 인기가 있었다기보다 1020세대, 또 TV로 보는 콘텐츠는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팬덤이 들어간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한 장면. ⓒtvN

TV 방송 관련해 원 대표는 프라임 시간대(통상 19시~22시) 재방송하는 경우가 많고, 본방·재방 구분이 흐려지는 경우도 많다고 우려했다. TV 방송의 비드라마·드라마 프로그램 편수가 적어지는 아쉬움도 전했다. “화제성 있는 TV 콘텐츠들 중에는 매년 매번 그 자리에 있던 콘텐츠들이 있다. 이런 콘텐츠들은 심지어 결방을 해도 화제성이 낮아지지 않는다. OTT가 내놓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하이라이트’는 착시효과일 수도 있다. 약속된 시간에 꾸준하게 드라마와 예능을 편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OTT의 하이라이트를 보고 부러워하기보다 TV의 자리에 있어준다면 시청자들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