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정헌목·황의진 지음 | 반비 | 320쪽 | 1만8000원

<낯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의 저자들은 인류학자들이다. 그런데 조금 독특하다. 이들은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의 인류학 저술과 김초엽의 SF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말한다. 인류학 연구가 철저한 현장 조사를 기반으로 하는 논픽션의 세계라면, SF는 과학적 사실의 한계 위에서 상상력을 꽃피우는 픽션의 세계다. 그런데 무슨 공통점이 있다는 걸까.

저자들의 설명은 이렇다. “SF 작가 김초엽은 SF의 매력 중 하나가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보도록 하는 것이며, 초점을 변두리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이야기에 매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학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학은 낯선 타 문화를 익숙하게 만들고, 익숙한 자문화를 낯설게 만드는 관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20세기 인류학의 거장 레비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유럽인들과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만남을 인류와 외계의 지적 생명체의 만남에 비유한 바 있다.

책에는 SF의 고전 여덟 편을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낸 글들이 실렸다. 저자들은 영화로도 두 차례 제작된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를 인류학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 중 하나인 선물 교환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지능을 가진 외계 천체 솔라리스는 인간이 깊이 욕망하는 인물을 복제한 존재를 일종의 ‘선물’ 차원에서 우주로 보내지만,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난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선물은 낯선 타자들과 관계를 맺는 수단이지만, 이 경우에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저자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재한 상태에서 절대적으로 낯선 타자를 향한 선물은 적절한 유대 형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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