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한민국 예술원의 70주년을 기념한 ‘향연’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신수정 예술원 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미용 음악분과회장, 오른쪽은 손진책 부회장. [연합뉴스 ]

“대한민국 예술원은 원로들의 모임이라 분위기가 근엄하고 보수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나 한다. 이번에는 젊고 발랄한 예술 종합선물 세트를 만들어 한 상 차려본다.”(손진책 연출가, 예술원 부회장)

대한민국 예술원이 70주년을 맞아 심포지엄과 축하공연을 함께 연다. 다음달 4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향연’이다. 신수정 예술원 회장(피아니스트)도 “의미있고 상징적인 퍼포먼스가 이어진다”고 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향연’의 출연자는 대한민국 예술계의 상징적인 원로들이다. 문학 분과의 황동규·김후란·유안진·신달자, 음악 분과의 바리톤 김성길, 연극 분과의 신구·박정자·손숙 등이 함께 하는 무대다.

이번 기념식의 주제는 ‘포스트 휴먼과 예술’. 문학·미술·음악·연극·무용·영화의 각 분과에서 이 주제로 발제와 토론을 하고 짧은 공연이나 시낭송, 영화 상영 등을 덧붙인다. 연극 분과에서는 평론가 전정옥 교수가 여러 공연 사례를 발표하면서 포스트 휴먼에 대한 연극계의 질문을 보여주고, 손진책 연출가가 연출한 연극 ‘스페이스 리어’에 원로 배우들이 출연하는 식이다. 미래의 리어왕에 대한 상상을 담은 새로운 작품이다.

이밖에도 시인들의 자작시 낭송, 한국 가곡 연주, 미디어 아트 상영, 무용 작품 등의 순서가 준비돼 있다. 손진책 부회장은 “예술 창작에도 AI의 시대가 와서 창작자의 권한과 한계에 대한 쟁점이 깊어졌다”며 “이 시점에 앞으로 70년이라는 미래에 대한 성찰과 함께 토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정한 주제”라 설명했다. 그는 또 “포스트휴먼에 대한 당혹감이 예술계의 걸림돌인지 디딤돌인지에 대한 고찰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원은 1952년 문화보호법이 공포되고 1954년 설립됐다. 예술 활동의 공적이 있는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단체로, 초창기 회원 정원 25명은 현재 100명으로 늘어났다. 신수정 회장은 “1954년이라는 그 어렵던 시기에 예술인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모였다”며 “50주년, 60주년 때 역사를 정리한 책은 발간했지만 예술로 여는 무대가 없었는데, 이번에 각 분과가 한꺼번에 모이는 굉장히 드문 일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히 젊은 예술가들의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 신 회장은 “각 분과 별로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와 함께 하는 순서를 마련해 예술원 회원과 젊은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서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예술원은 2022년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수여하고 있다. 만 45세(음악은 40세) 이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다. 역대 수상자 중 황유원 시인, 강동호 문학 평론가, 장혜림 한국 무용가 등이 이번 행사에 출연한다.

신수정 회장은 “우리끼리의 고답적인 예술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예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번 기념 행사에서 이런 노력의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손진책 부회장도 “예술원이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보다 더 많은 애호가와 교류를 확대하고자 하며 특히 젊은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기 위한 취지에서 기념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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