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자, 따뜻하다는 단어를 읽을 땐 봄 햇살을 떠올려보세요. (손을 가슴에 모으고 미소 지으며) 그 느낌을 실어서 발성해보는 겁니다. 어때요, 따뜻해지죠?(웃음)”

문체부 노인복지관 대상 낭독 프로그램 #70~80대 참가자들 "문예반 감성 떠올라" #연극배우 지도 "내면 끌어내 건강해져"

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열린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의 현장. 둥글게 둘러앉은 복지관 회원 14명이 연극배우 김미준씨의 지도에 따라 도종환의 ‘아름다운 동행’ ‘담쟁이’ 등의 시를 소리 내어 낭독하는 훈련을 했다. 대체로 70~80대인 이들은 때로 돋보기를 고쳐 쓰며 A4 용지에 적힌 시들을 차근차근 읽었다.

이날 프로그램은 총 2회차 가운데 두 번째 날. 앞서 김씨를 따라서 복식호흡과 발성, 템포 조절을 익힌 덕분인지 참가자 대부분이 일정한 읽기 속도를 유지했다. 김씨는 “발음을 정확히 하고 감정을 잘 전달하면서 시를 잘 읽는 게 나의 예술이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낭독 중에 부정확한 발음이 나오자 “아침마다 이렇게 입을 크게 벌렸다 오므리면서 근육 터는 것 잊지 마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휴식시간 포함해 2시간 여 진행된 프로그램 동안 참가자들은 흐트러짐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를 읽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마치 벽에 대고 도전하듯 당당하게 ‘담쟁이’를 읽은 이건희(79·여)씨는 2007년부터 복지관을 다니며 여러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낭송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해서 자체적으로 낭독 동아리까지 만들어 운영해왔지만 연극배우의 시범은 이번에 처음 접했다. “연기하는 분이라 확실히 달라요. 일단 호흡으로 소리 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감정 표현에 대해 배웠는데 그렇게 읽으니 시가 쏙쏙 들어와요.”

김종남(76·여)씨는 “학교 때 문예반에서 서정주 시를 즐겨 읽던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연애도 한 번 못하고 중매로 호랑이 남편을 만나서 53년째 살고 있어요. 자식·손주 다 키우고 여기서 시를 읽으니 이제야 내 감성을 찾는 기분이에요.” 이렇게 익힌 낭송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시도 따로 읽어본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가 있어요. 그거 열 두 번 읽고 울었어요. 엄마 생각나서….”

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회시설 활용 인문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한국연극배우협회(이사장 임대일)가 손을 맞잡고 8월과 9월 전국 곳곳의 총 20개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했다. 한국연극배우협회 소속 배우 10명이 각 기관에 파견돼 낭독 시범을 보이되 텍스트는 시·소설·수필·희곡 등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했다. 애초에 기관별로 총 5회차 가량 추진하려다 올해는 시범사업 개념으로 2회차만 운영해본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한 신바람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는 “연극배우란 게 기본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끌어내는 직업인데, 이렇게 찾아다니면서 어르신들께 낭송을 지도해보니 각자가 가슴에 묵혀둔 것을 꺼내는 효과도 있더라”고 했다. “복지관에서 댄스·운동 가르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분들은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싶어해요. 호흡·발성 연습은 어르신들 일상생활에도 도움 되죠.”

임대일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대학로가 많이 어려운데 연극배우들로선 재능도 살리고 부업도 할 수 있어 ‘윈윈’”이라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할 점을 찾고, 회차도 충분히 늘려서 참가자와 강사 간에 친밀감·신뢰가 쌓이면 더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24 연극배우와 함께하는 인문 여행-낭독, 신바람 난 ‘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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