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이 3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스라엘 미화’ 논란을 부른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 상영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영화 상영 직전 감독과 배우가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자리를 취소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등 단체들은 이날 저녁 8시에 예정된 ‘개와 사람에 관하여’ 상영 직전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앞에서 “이스라엘 학살 진실 가리는 영화 상영에 반대한다”며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5일 뒤 10월7일이면 여전히 진행중인 가자 집단학살이 1년을 맞는다. 최소 4만5000명이 죽은 집단학살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답변이 무엇인가”라며 “아트워싱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해당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에 들어가는 관객에 상영 철회 요구 성명문을 배포했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이 3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스라엘 미화’ 논란을 부른 영화 상영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팔레스타인평화연대

피케팅 직후, 영화제 측은 영화가 끝난 뒤 예정된 대니 로젠버그 감독과 배우 초청 ‘관객과의 대화(GV)’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취소 이유 공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위자 일부는 영화표를 예매해 영화를 관람한 뒤 관객들을 향해 피케팅 취지를 알리는 발언을 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자아 활동가는 “영화에선 이스라엘군이 다정하게 그려지고 있다. 가자지구를 표현하는 장면은 단 하나였고, 영화는 그것도 조악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나타냈다”고 했다. 이어 “ 온몸으로 영화를 비판으로부터 막고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감독에게 묻고 싶다. 팔레스타인 기자 174명 이상이 그곳에 봉쇄되고 진실과 역사를 말하려다 살해된 상황에서, 어떻게 당신은 이곳까지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는건지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했다.

▲피케팅 직후 영화제 측은 영화가 끝난 뒤 예정된 대니 로젠버그 감독과 배우 초청 ‘관객과의 대화(GV)’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취소 이유 공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팔레스타인평화연대

이스라엘 감독 대니 로젠버그의 세번째 장편 연출작 ‘개와 사람에 관하여’는 이번 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제 기간 3일을 포함해 총 3회 상영되며, 5일 상영 뒤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영화는 하마스 공격 약 1달 뒤 가자지구와 접한 키부츠에서 ‘올 로케이션’(all location·모두 현지 촬영) 촬영했다. 홈페이지는 이 영화에 대해 16세 이스라엘 소녀가 10월7일 하마스 공격으로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키부츠에 들어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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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 문화예술인 800여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해당 영화가 ‘이스라엘 학살 진실을 가리는 문화워싱’이라며 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연서명 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10월7일, 학살 1년이 되는 시점”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를 초청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침묵하고 감독의 궤변을 지지하기를 선택했다”고 했다.

지난달 해당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됐을 당시엔 영화인 700여명이 상영 철회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로젠버그 감독은 “영화를 직접 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대응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3일 ‘관객과의 대화’를 취소한 이유와 문화예술인들이 발표한 ‘문화워싱 비판’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전화와 이메일 질의에 4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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