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 전혜원·오건호 지음 / 도서출판 서해문집 / 240쪽 / 1만8000원

노년의 나는 국민연금을 약속대로 받을 수 있을까?

‘망원동 할머니’로 무사히 늙어가고픈 1988년생 노동전문 기자 전혜원과 초등학생 아이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은 1964년생 연금학자 오건호가 주고받은 한국인의 노후, 그리고 연금개혁 이야기. 국민연금과 우리 노후에 대한 시민들의 이유 있는 불신과 불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 나아가 현세대의 노후를 책임지면서도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즉 ‘지속가능한 노후’를 위한 연금개혁의 길을 모색한다.

마침내 평균수명 90세, 그러나…

2024년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이 90세(남성은 86세)를 넘겼다. 코앞으로 다가온 100세 시대. 안정적 소득 없는 장수는 재앙이다. 대기업·공공기관 등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축에 드는 일자리의 법정정년은 60세. 다시 말해 짧게 잡아도 30년에 달하는 ‘은퇴 이후의 삶’을 온전히 누리느냐, 죽지 못해 근근이 살아가느냐는 노후의 소득보장에 달려 있다.

오늘날 많든 적든 적금·투자 등으로 은퇴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19세 이상 한국인은 열 명 중 일곱, 그 일곱 가운데 다섯 명은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에 가입해 있다. 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은 일할 때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벌던 돈의 40%를 65세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지급받는 제도다. 월 100만 원을 번다면 다달이 9만 원을 내고, 은퇴 후 40만 원의 연금을 매달 돌려받는 셈이다. 그런데 가입자 입장에서 꽤 수지맞은 계약인, 그래서 대다수 한국인의 노후가 걸린 이 제도의 미래가 요동치고 있다.

무려 1000조 원 넘게 쌓아둔 기금이 저출생-고령화의 해일에 떠밀려 2055년이면 모두 바닥난다는 전망에서 시작된 불안은, ‘소득이 있는 18~60세 한국인은 모두 가입자’라는 의무가입 조항이 부당하다는 불만으로, 급기야 다단계사기·폭탄돌리기라는 폄훼로 이어진다.

이에 한편에서는 기금 고갈은 확정된 현실이 아닌 가정으로 기금운용을 통해 만회할 수 있으며, 설령 고갈되더라도 국가 재정으로 막을 수 있고, 정 못 믿겠다면 ‘국가의 지급 보장’을 법으로 명시하면 그만이라며, 더 나아가 제대로 된 노후보장을 위해 소득의 40%가 아닌 50% 이상을 연금으로 지급하자는 대안(?)으로 성난 여론을 달랜다.

저마다 그럴듯한 불안과 희망, 공포와 낙관이 어지러이 교차하는 가운데 꼬박꼬박 붓고 있는 연금이 못 미더운 30대 기자와 곧 노후를 맞이할 60대 연금학자가 마주앉았다.

● 프롤로그  연금정치, 선악의 대결을 넘어

1부 윈터 이즈 커밍, 노후의 빙하기가 온다
01 홀로 멸종하는 공룡과 허들링 하는 펭귄 사이에서
02 연금 고갈을 못 믿겠다는 이들에게
03 ‘더 내고 더 받자’는 주장이 감춘 것들

2부 연금은 정치다: 지속가능한 노후를 위한 연금정치학
04 그들은 무엇을 했나?
05 우리가 하지 않은 것들
06 노후의 재구성

● 에필로그  연금정치에서 진보란 무엇인가

저자 전혜원은 1988년생 《시사IN》 기자다. 2013년부터 기자로 일했다. 2017년부터 쓴 노동 기사를 모아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2021)을 냈다. 2024년부터 정치 기사를 쓰고 있다. 2018년 연금 기사에 달린 ‘분노의 댓글’을 분석하면서 연금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연금 기사 쓰기에 많은 영향을 준 취재원이 오건호 박사다. 그의 말을 더 많은 이들에게 ‘번역’해 알릴 가치가 있다고 여겨 이 작업에 도전했다.

저자 오건호는 1964년생 사회학자다. 지식이 세상에 쓰임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학위를 마치고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서 공공부문·사회복지 분야를 담당했고, 사회공공연구소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금·재정을 연구했다. 2010년 이후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를 만들어 시민복지운동에 나섰고,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행신2동에서 주민자치회 회장으로 지역사업에도 애쓰고 있다. 《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2006), 《내가 만드는 공적연금》(2016),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2010),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2012)를 썼다.

전혜원·오건호 지음 / 도서출판 서해문집 / 240쪽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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