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추운 겨울을 지나 진달래가 고개를 내미는 이곳. 100년의 세월이 담긴 집으로 가는 길목엔 작은 자갈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장판 벽지와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수제 화장실까지. 모두 자연인 김정임(78) 씨의 작품이다.
꽃다운 나이인 스물두 살. 정임 씨는 동네 친구의 소개로 옆 골짜기 남자를 소개받았다. 정임 씨가 마음에 들었던 그는 꽃이 만발하는 봄에 대뜸 약혼을 청했고, 두 사람은 결국 가을에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시댁살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은 군대에 가야 했고, 그 사실을 3일 전에 알게 된 그녀는 절망을 느낄 틈도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시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가장이 된 정임 씨. 3년 동안 홀로 무거운 지게를 진 채 나무를 하러 다니고, 동네 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집안의 살림을 하나씩 마련했는데. 세 번의 해를 보내고 나니 그리웠던 남편이 돌아왔고, 다시 함께 살게 된 부부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4남매를 품에 안으며 가정을 꾸렸다.
산골에서 농사를 짓던 부부는 돈을 더 벌고자 가까운 도시로 향했다. 친형의 길을 따라 목수 일을 하던 남편. 그러던 어느 날, 못대가리가 안 보여 들른 병원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남편이 앓고 있던 병은 다름 아닌 폐암. 살날이 고작 석 달 남았다는 말에 어쩌면 더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부부는 산으로 향했다. 지은 지 100년 된 집을 수리하며 둘만의 안식처로 만든 부부.
그러나 추운 겨울, 부부가 자던 도중 구들 불이 꺼져버렸고 남편에겐 폐렴이라는 두 번째 절망이 찾아왔다. 이후 급속도로 몸이 나빠지며 보름 만에 눈을 감아버린 남편. 5년 전 첫째 딸까지 유방암으로 떠나보내며 그녀는 허망한 마음을 달래고자 도랑에 가 자갈을 주웠다. 집으로 들어서는 길목부터 하나씩 쌓다 보니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정임 씨 곁엔 자갈들이 친구처럼 남아 있다.
“이래 사는 게 이래 행복하다 카이~”
자연을 벗 삼아 행복을 말하는 정임 씨. 힘든 나날들을 지나 진달래처럼 곱게 피어난 자연인 김정임 씨의 이야기는 17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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