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N]

[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정성스레 칠한 노란색 울타리가 줄지어 가리키는 이곳.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 위를 걷다 보면 추억이 물큰 풍겨오는 황토집이 있다.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들과 정교한 손길을 거친 장승들, 구석구석에서 고운 빛 뽐내며 하늘거리는 꽃들, 낭만이 가득한 흔들 벤치까지. 아기자기한 것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의 주인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거칠게 산을 오르는 김진태(62) 씨. 선이 굵고 강렬한 인상이지만 꽃만 보면 세상 달달한 눈빛으로 변하는 그는 무려 20년 동안 이 집을 가꿔왔다. 한땐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외딴 산골의 고향집을. 

팔 남매 중 일곱째. 그는 늦둥이로 태어나 연로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자식들 굶길세라 매일 새벽같이 집을 나서는 아버지의 뒷모습만 보면 어린 나이에도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는 그는 어리광 한 번 피우지 않고 부모님을 도왔다. 어쩌면 어리광을 피울 수도 없었던 것이, 폐결핵으로 요절한 둘째 형과, 행방불명된 셋째 형의 몫까지 부모님께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산 너머의 세상을 늘 동경하면서도, 자식을 둘이나 가슴에 묻은 부모님은 애처롭기만 했고 그 곁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은 강력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진학 후 자취를 하느라 고향 집을 떠나서도, 대학에 진학하고 취직을 하고 나서도, 진태 씨는 주말마다 늘 어김없이 부모님의 일손을 도왔다. 

시간이 흘러 부모님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텅 비게 된 고향 집. 기억 속에서도 잊혀 가던 이 외딴 산골 집에 다시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은 건 8남매 중 이곳에 가장 애착이 깊었던 진태 씨였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부모님의 흔 적이 사라져 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그는, 또다시 주말마다 이곳을 찾아와 나무와 꽃을 심고 쓰러져 가는 황토집에 다시 황토를 바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시와 산골을 오가며 집을 오간 지 20년. 폐가 수준이었던 고향 집은 ‘그림 같은 집’이 되었고, 그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게 된 진태 씨는 이곳에 본격적으로 살림을 꾸린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드는 산골 생활. 이곳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꽃은 봄마다 만발해 진태 씨의 밥상에 오르고, 늘 어머니가 앉아계시던 아궁이 앞엔 진태 씨가 앉아 직접 만든 삽에 삼겹살을 굽는다. 

예전부터 부모님이 쓰시던 도구를 이용해 장을 가르고 어릴 적 뛰어놀던 대나무 숲에서 죽순을 캐다가 죽순 무침과 튀김을 만드는 진태 씨. 늘 산 너머의 세상을 꿈꿨던 아이는, 다시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이 외딴 산골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담겨있는 외딴 산골의 고향 집. 그곳에서 추억을 가꿔가는 자연인 김진태(62) 씨의 이야기는 29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