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과 알류미늄에 대한 관세 3배 인상을 예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와 기업은 경쟁이 아니라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세맨’을 자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대중 고율 관세 카드를 꺼내들며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를 공식화한 것이다. 11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 본부에서 유세를 열고 있다. 2024.4.17.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전미철강노조(USW) 본부에서 열린 유세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따른 철강 과잉생산 및 덤핑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두둑하게 주기 때문에 수익을 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중국산 철강이 시장에 넘치면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들이 (일자리 감소 등)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7.5%보다 3배 이상 많은 25%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세 연설에서 이를 “전략적이고 표적화된 조치”라면서 중국의 보조금 지급·과잉생산은 ‘불공정 무역 관행’이며 이로 인해 미국 제품이 맞닥뜨린 ‘경쟁력 약화’를 시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또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관세를 피할 수 있는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수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멕시코 경유 중국산 철강 등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도 시사했다. 피츠버그에 본사가 있는 US스틸 매각에 대해선 “완전한 미국 회사로 남아야 한다”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기 도입된 대중 고율 관세에 대해 추가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다분히 11월 대선을 의식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한 펜실베이니아와 같이 러스트벨트에 속한 대선 경합주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노동자 표심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강노조, 전미자동차노조 등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전환 폐지, 모든 중국산 수입품 60% 관세 부과 등 과격한 공약을 내걸고 노동자 표심을 공략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흐름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최고 보호무역주의 통수권자(Protectionish Chief)가 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두 후보 모두 중국에 대한 보호주의·산업정책에 제한을 둘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철강 외에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다른 중국산 수입품 관세 인상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날 바이든 정부가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양면형 태양광 패널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화큐셀을 비롯해 미국 내 태양광 패널 제조시설을 둔 기업들이 현재 수입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14.25% 관세 적용에서 면제된 양면형 모듈에도 미 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것을 공식 청원한 상태다. USTR은 철강노조 등의 요청에 따라 조선업 및 물류·운송업에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조선업은 해군력을 포함해 국가안보에 핵심적”이라며 중국의 산업 관행을 “매우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의 통상·무역 정책이 트럼프의 정책과 동조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는 누가 이기든 미국우선주의와 보호주의 대중 강경책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이므로 한국도 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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