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의료진들이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부상당한 젊은 청년을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촌의 쿠웨이트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과 이스라엘의 상호 보복 공격으로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전운을 놓고 전 세계의 관심이 이곳으로 쏠린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로 꼽히는 최남단 국경 도시 라파 지역을 공습하면서 어린이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속출했고,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라파 서부 텔 술탄 지역의 주거용 건물들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6명과 임신부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사망했다고 병원 당국은 밝혔다.

임신부 여성은 병원에 이송됐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지만, 의료진들은 여성의 뱃속에서 태아를 구출했다. 이 여성과 남편, 딸이 모두 사망하면서 이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는 아기 한명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라파 시내 알나자르 병원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유가족들은 천에 싸인 어린 아이들의 시신을 껴안고 애도했다. 손주를 잃은 한 할머니는 “내 사랑하는 함자, 너무 예쁘다”며 흐느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어린 딸과 아내를 잃은 아흐메드 바르훈은 AP통신에 “그들(이스라엘군)은 난민, 여성, 어린이들로 가득 찬 집에 폭탄을 터뜨렸다”면서 “이 세상은 이제 모든 인간적인 가치와 도덕성이 다 사라졌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폭격 시간이 임박해서 이스라엘군은 라파 지역에 공습 경보와 대피 명령을 내렸으나 대피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미사일 공격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두 국가의 정면 충돌로 집중됐다. 그러는 사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3만4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7만7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의 3분의 2는 어린이와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아직 남아있는 하마스 절멸을 목표로 라파에 대한 지상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밝혀왔다. 최근 들어 라파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 수위가 더 세지면서 지상전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전날 새벽부터 서안지구 툴캄의 누르 샴스 난민촌에서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지상 작전을 벌여 1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난민촌 상공에서 최소 3대의 드론이 목격됐고, 군용차량이 모여들었으며, 곳곳에서 총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전투에서 수배자 8명을 체포하고 다수의 폭발물을 해체했으며 돌격소총 등 다수의 무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작년 10월 7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난민촌을 상대로 이뤄진 최대 규모의 작전 중 하나”라 평가했다.

또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서안지구 남부 마을에서 부상자를 후송하러 가던 구급차 운전기사 1명도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맞아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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