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진행된 에콰도르의 헌법·법률 개정 관련 국민 투표에서 치안 강화를 위해 내놓은 정부 측 제안 모두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었다. 이로써 다니엘 노보아(36) 에콰도르 대통령의 마약 갱단 소탕 작전에 한층 힘이 실리는 동시에 현존 세계 최연소 국가원수인 그의 재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에콰도르에서 치안 강화를 위한 국민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군 병력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 개표 결과 치안 강화를 위한 정부 측 제안 전체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국민 투표에 치안 강화 관련 질문은 '갱단과의 전쟁 위해 거리에 군인 배치', '유죄 판결받은 마약 업자에 대한 형량 연장' 등 모두 9개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18~64세 유권자 1300만 명 중 72%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날 국민 투표 결과에 따라 노보아 대통령이 주도해온 '범죄와의 전쟁'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국민 투표에서 국민이 찬성한 헌법 개정은 대통령이 승인하는 즉시 발효된다. 또한 국회는 관련한 법률 개정을 60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21일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시행된 국민 투표의 배경엔 초유의 치안 불안 사태가 있다. 에콰도르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통하며 미국 중산층 은퇴자들에게 최고의 이주 장소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있는 이 나라는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북미로 향하는 마약 거래의 통로로 이용됐고, 갱단 간 다툼도 나날이 치열해졌다. 특히 좌파 반미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이 미 마약단속국과의 협력을 중단하자 갱단들이 더욱 활개를 쳤다. 에콰도르 갱단들은 그새 규모를 키워 코카인 유통업자가 됐다.

에콰도르의 살인율은 2017년 10만 명당 5명에서 지난해 46명으로 남미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 1년 사이 자치단체장 5명이 피살당했다. 올 초엔 교도소 7곳에서 갱단 조직원들의 폭동이 일어났고, 생방송 중 갱단 조직원들이 난입해 진행자를 총으로 위협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해 8월 마약 밀매 조직을 비판했던 대선 후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가 유세 중 암살당하기도 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마약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군을 투입해 갱단 두목과 조직원들을 체포하는 데 성공했고, 이전 정부가 제정한 소량의 마약 소지에 대한 면죄부 조항도 폐지했다. 갱단과 마약 업자를 상대로 한 그의 거침없는 행보는 국민적 지지를 얻어 현재 그의 지지율은 74%에 이른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글레디스 곤잘레스는 뉴욕타임스(NYT)는 "노보아는 현재 남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21일 에콰도르에서 국민투표가 치러진 후 개표가 진행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투표 결과도 그의 치안 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가 확인된 것이란 분석이다. 라틴아메리카 사회과학연구소의 페르난도 카리온은 NYT에 "이번 투표는 질문보다 질문한 사람(노보아 대통령)에 대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노보아는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2년 만인 지난해 10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뉴욕대 경영학 학사,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등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노보아 대통령의 아버지 알바로 노보아는 바나나 사업으로 1조원이 넘는 재산을 일궈 에콰도르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마약 카르텔을 완전히 소탕하는 일은 그에게도 어려운 과제다. 노보아의 취임 이후에도 에콰도르의 강력 범죄가 눈에 띄게 줄지 않고 있다. 국민 투표일인 이날에도 엘로데오 교도소의 코스메 다미안 파얄레스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사람들이 다짜고짜 총을 쐈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일각에선 노보아 대통령이 범죄에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달 초 전직 부통령 호르헤 글라스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머물고 있던 자국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경찰을 강제 진입시켜 외교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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