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런던 다우닝 스트리트에서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정책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국으로 이주하려는 난민 신청자를 제 3국으로 보내는 이른바 ‘망명의 외주화’ 법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했다. 영국 정부는 이르면 6월 첫 이송 항공편을 띄워 난민 신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22일(현지시간) CNN, 더 타임즈에 따르면 이날 영국 상원은 지난 2년간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르완다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 이상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앞서 영국 정부는 도버해협 등을 통해 들어오는 이주민 유입을 막으려 망명 신청자를 6500km 떨어진 아프리카 르완다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다. 2022년 이 계획을 밝히고 르완다에 지원금 1억4000만 파운드(약 2272억원)도 지불했다.

그러나 망명 심사 후 난민 자격을 얻더라도 르완다에 살거나 영국이 아닌 제 3국에 다시 망명을 신청하도록 해 인권 침해 논란이 컸다.

영국 대법원도 지난해 11월 “르완다로 보내진 난민 신청자들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될 것이란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제네바 협약은 ‘난민이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되거나 송환돼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 상·하원은 르완다를 안전한 국가로 규정하는 수정안 등을 내놓고 ‘핑퐁’을 거듭하다 이날 논의를 끝냈다.

이를 간판 정책으로 추진해온 리시 수낵 총리는 7월 전 첫 이송 항공편을 이륙시킨다는 계획이다. 수낵은 “10~12주 안에 비행이 시작될 수 있도록 2200개 구금 공간을 확보했고 이미 전세기를 임대했다”며 “비행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르완다) 키갈리로 출발할 것이고 매월 여러 번의 비행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풍선 보트를 타고 영국 해협을 건너 영국 남부 해안의 도버로 향하는 이주민들. AFP=연합뉴스

다만 이주민들의 도주 우려를 이유로 언제 구금을 시작할 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주민들은 르완다에서 심각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만 추방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법제화로 논란이 마무리된 건 아니다. 현지 매체들은 영국이 유럽인권협약 서명국이기 때문에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법적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관련 항공사들도 국제연합(UN) 등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CNN은 “법안 통과는 수낵에게 중요한 정치적 승리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2022년에만 이주민이 74만 명에 달하는 데 비해 르완다로 보낼 수 있는 수가 크지 않은 데다, 올해 치러질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야당 노동당은 집권하면 정책을 폐기할 뜻을 밝혀서다.

비용도 문제다. 영국 정부는 현재까지 이주민의 르완다 이송을 위한 정책에 2억2000만 파운드(약 3700억원)를 썼다. CNN은 “첫 이주민이 르완다로 이송된 이후 비용은 6억 파운드(약 1조원)로 늘어날 수 있다”며 “수낵은 국제인권법에 위배되고,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좌파와 우파 모두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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