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법원에 출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함구령’(gag order) 위반으로 법원에서 벌금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해서 명령을 어길 경우 감옥에 갈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뉴욕주 맨해튼형사법원은 30일(현지시간) 법원의 명령을 위반한 법정 모독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9000달러(약 1246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앞서 법원은 증인이나 배심원 등 재판 관계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들을 향한 공개적 발언을 금지하도록 하는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담당 재판관인 후안 머천 판사는 “피고인은 이번 형사재판 절차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증인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작성하고, 배심원단에 대한 공개 발언을 함으로써 명령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법원의 합법적인 명령을 지속적으로 고의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상황에 따라 필요하고 적절하다면 투옥형 처벌을 내릴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 게시글과 트럼프 캠프의 웹사이트 자료 등을 통해 9차례 이 명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각각의 게시물에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해 총 9000달러의 벌금을 선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자신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을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하거나 “위장한 진보주의 활동가들이 배심원단에 몰래 침투하려고 한다”는 등의 발언을 공유했다. 트럼프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내용이 아니라 타인의 게시글을 공유했을 뿐이며, 정치적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천 판사가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빼앗아간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역사상 재갈이 물린 유일한 대통령 후보”라면서 “이 모든 ‘재판’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SNS에 올린 모욕적 게시글들을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했고, 몇 시간 후 트럼프 측은 이 게시글들을 삭제했다.

이번에 선고된 벌금은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부과된 2억 6660만달러(약 3700억원)의 벌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다. 그러나 법원이 계속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명령을 어길 경우 그가 구금될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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