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연방의회에서 홀로코스트 기념일 연설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그는 사각팬티와 티셔츠를 입고 호텔 침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의 어떤 대학에도 반유대주의, 혐오 연설, 어떤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

미국 대선을 6개월 앞두고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날 전혀 다른 장소를 방문하여 대조적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홀로코스트 기념일 연설을 하는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해 전직 성인 영화 배우가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직접 배심원 앞에서 밝히는 거침 없는 증언을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비교하면서 미국 내 대학가에서 번지고 있는 친팔레스타인 반전 시위를 향해 경고를 전했다. 그는 “75년도 아니고 7개월 반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미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를 너무나도 빨리 잊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대학교에서 유대인 학생들이 배척당하고 있고, 반유대주의 시위로 공격받고 있다”며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을 무시하고 있으며,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테러를 낮춰보고 있다”고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워야한다”면서 “우리는 누구를 향한 어떤 형태의 증오에도 안식처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수호하는 미국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며 “그것이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의 어떤 대학에도 반유대주의, 혐오 연설, 어떤 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거의 같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의 맨해튼형사법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스토니 대니얼스가 증언하는 생생한 성추문 관련 내용을 듣고 있었다. 대니얼스는 2006년 미 서부의 타호 호수 인근에서 골프 대회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텔 스위트룸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고,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각팬티를 입고 콘돔을 끼지 않았다는 등 노골적인 묘사를 하며 말을 이어갔다.

대니얼스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와과의 만남에 대해 매우 자세히 설명하면서 그들이 만난 호텔 방의 특징, 트럼프의 행동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성인물 시장의 동향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도 물었으며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 대해선 부부가 같은 방에서 자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고도 진술했다.

그는 선정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도 거침 없이 속사포처럼 이야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담당인 후안 머천 판사는 일부 과도한 성적인 부분들과 관련해 대니얼스에게 “질문에 대해서만 대답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간 두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매우 이질적인 이 사건들이 이번 미 대선과 관련한 비현실적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권자들이 2024년 대선 캠페인의 초현실적인 성격을 더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면, 이날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이는 전례 없는 이번 대선레이스의 비현실적 현실을 포착해냈다”고 짚었다.

이는 대선을 앞둔 두 사람이 그들의 대선레이스에서 직면한 위협을 보여주기도 한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처음으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비롯한 각종 민·형사 사건 등 사법리스크가 최대 문제로 꼽히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대응을 놓고 미국 내 반발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 일방적 지지를 보인다며 민주당과 진보층 내 반발을 받고 있다. 반면 공화당으로부터는 캠퍼스 시위 등을 두고 반유대주의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을 듣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가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대학가 반전 시위를 최대한 빨리 진압하고 마무리짓기 위해 최근 경고성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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