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미군의 아프간 철수가 결정적”

탈레반 아프간 장악에 ISIS-K도 반사이익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세력 확장

“국제사회 대테러 활동 뒷전…대응 어려워”

러시아 시민들이 24일(현지시간) 총격 테러가 발생한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방과 반서방의 이례적인 합동 작전으로 5년 전 자취를 감췄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 배후를 자처하며 부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궤멸 상태였던 IS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와 ‘두 개의 전쟁’으로 인한 불안한 국제 정세를 통해 조직 재건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가 양분된 지금이 IS 준동에 가장 취약한 시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알자지라는 24일(현지시간) “이번 모스크바 테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IS 궤멸을 공식 선언한 지 정확하게 5년 만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3월23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시리아에서 IS를 몰아내고 점령지를 모두 수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IS는 2014년 6월 이슬람 율법으로 통제되는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활동해왔다.

전문가들은 우선 IS에서 가장 큰 분파로 자리매김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은 2021년 미군의 아프간 철수라고 진단했다. 인도 뉴델리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관찰자 연구재단’의 카비르 타네하 연구원은 “ISIS-K는 미군이 떠난 아프간을 발판으로 일어섰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앙숙 관계인 탈레반이 ISIS-K가 아프간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윌슨센터 남아시아 연구소의 마이클 쿠겔만 소장은 알자지라에 “ISIS-K와 탈레반은 경쟁 관계에 있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ISIS-K도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미군이 지원하는 아프간 정부권이 붕괴한 이후 ISIS-K는 이들의 무기를 모두 탈취해 무장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용의자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가 24일(현지시간) 바스마니 지방법원에 구금 심사를 받기 위해 끌려가고 있다. TASS연합뉴스

아프간에서 전열을 정비한 ISIS-K는 이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가디언은 이날 유엔이 지난 1월에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해 “ISIS-K가 타지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자마트 안사룰라’ 등 중앙아시아 테러 단체 출신 주요 인사들을 영입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엔 “공격 횟수 감소와 영토 축소, 일부 고위 인사들의 사망에도 ISIS-K는 여전히 아프간과 인근 지역에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로 이번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4명도 모두 타지키스탄 출신으로 확인됐다.

종적을 감췄던 IS도 중동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타네하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세력이 다시 출몰하고 있다”며 “정치적, 전략적으로 IS가 더는 강력하지 않더라도 이념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전 세계가 서방과 반서방으로 갈라진 사이 ISIS-K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타네하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 변동으로 국제사회 대테러 활동이 뒷전으로 밀려난 지금, ISIS-K 도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