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압류 위기에 내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법원의 공탁금 삭감 조치 덕에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곧이어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형사 재판 일정이 다음달로 확정되면서 ‘사법리스크’가 재확인됐다. 불과 한 시간 만에 법원에서 희비가 엇갈린 상반된 결정을 받아든 것이다. 미 대선까지 남은 9개월 동안 “대선 후보인 동시에 피고인인 트럼프를 둘러싼 혼란스러운 현실”(뉴욕타임스)이 지속될 것임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주 항소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산 부풀리기 사기 대출’ 의혹 관련 민사재판 진행을 위해 내야 할 공탁금 액수를 4억5400만달러(약6100억원)에서 1억7500만달러(약2300억원)으로 낮췄다. 또한 당초 이날이었던 공탁금 납부 시한도 열흘 더 연장해줬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은행 계좌와 건물 등 자산 압류 위기에서 모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며 이를 준수할 것”이라며 현금 또는 채권을 공탁금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뒤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공판 기일을 4월15일로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측은 검찰이 제출한 문서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재판을 90일 이상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머천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4건의 형사재판을 받아야 하는 신분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일정을 11월 대선 이후로 미루려는 전략을 펼쳐 왔지만, 이날 결정으로 차질이 생겼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 재판은 4월15일부터 주 4회씩 최소 6주간 이어질 예정이어서 선거 운동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나 기밀 문서 유출 혐의 등에 관한 재판은 지연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머천 판사의 결정에 대해 “선거 방해”라며 “어떻게 선거 운동 기간 한가운데 재판을 할 수 있나. 전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재판이) 가짜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선거캠프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약하고 혼란스러우며 지쳐 있다”고 한 뒤 “트럼프 캠프는 모금도 할 수 없고, 트럼프는 컨트리클럽 밖 유세에는 관심도 없다”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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