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의 연이은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 폭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데 대해 이스라엘 측이 '비극적 실수'라고 인정했다.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레드라인'을 넘었는 지 평가에 들어갔고, 유럽연합(EU)이 라파 국경검문소 관리를 재개할 뜻을 밝혔다.

지난 2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인근의 이스라엘군.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라파에서 주민 100만 명을 대피시켰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비극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과 무관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비극"이라며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26일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을 공습해 최소 45명이 사망하고 약 250명이 다쳤다. 국제앰네스티 등이 이번 공습을 전쟁범죄 혐의로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자 나온 발언이다. AP통신은 "이번 폭격은 프랑스, 독일 등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국가들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며 "휴전 협상도 더욱 꼬이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자지구가 생지옥이 됐다"(뉴욕타임스)는 지적까지 나오자, 미국 정부도 '레드 라인(금지선)'을 재평가하겠다고 나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측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으며 이번 공습으로 테러리스트 2명을 사살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평가하기 위해 현장의 이스라엘군과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의 시위가 진행됐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이스라엘의 라파 대규모 공격을 '레드 라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달 초에는 이를 어길 경우 공격용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미국의 강경한 입장은 이스라엘 측이 민간인 피해를 줄이겠다며 설득해 나서자 누그러드는 듯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레드 라인'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레드 라인의 기준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얼마나 강경하게 대처할 지는 미지수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습으로 바이든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EU, "라파 검문소 관리 재개"...이스라엘 동의할까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은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국경검문소'를 직접 관리하는 일을 17년 만에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EU 국경지원임무단(EUBAM)'을 다시 라파 국경에 배치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UBAM은 역외 분쟁 지역의 국경 지대 갈등 해소를 돕기 위해 2005년 조직, 당시 라파 검문소에 파견됐었다. 2007년 6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철수했는데, 최근 가자 위기가 심각해지자 활동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EUBAM이 국경을 관리할 경우 구호품 등이 보다 원활하게 드나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가자지구를 압박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동의가 필요하기에 EUBAM이 바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렐 대표 역시 "EUBAM은 보안 업체가 아니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물론 이스라엘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외교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멈출 때까지 EUBAM의 활동 재개가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8일 오후 라파 난민촌 공습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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