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저지른 라파 난민촌 공습과 탱크를 동원한 라파 진입 움직임에 대해서도 “레드라인을 넘은 아니다”며 이스라엘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사실상 라파 시가전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지는 상황이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이날 최소 45명이 숨진 난민촌 공습에 대해 “비극적이라는 단어로는 묘사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가슴 아프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이 라파의 인구 밀집지역을 공격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레드라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현재 거론할 이스라엘 정책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탱크 한 대, 장갑차 한 대 정도로는 새로운 지상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스라엘군 탱크가 라파에 진입했다는 관측에 대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라파 난민촌 공습이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라파 공격 의지를 계속 천명하고 라파 중심가에 여러 대의 이스라엘군 탱크가 이미 진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 지지 입장을 유지하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은 물론 국내적으로도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아랍계와 청년층의 민심 이반은 바이든 재선의 최대 악재로 떠올랐다. 미국과 달리 프랑스, 캐나다, 영국 등이 라파 공격 중단을 주장하며 제재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미국이 라파 대규모 공격시 대응조치로 밝혀온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에 실제 나설 경우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선 자금 ‘큰 손’인 유대계 유권자의 불만이 커질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반발하며 휴전 협상의 불씨가 사그러들 수도 있다.

바이든 정부의 입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에 직면했다. 크리스 반홀렌 상원의원(민주)은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라파 (공격 중단) 긴급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이 존중될 때까지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추가 공격용 무기 지원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토미 비에터 전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바이든 정부가 ‘대규모 군사행동’을 정의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면서 “민간인들이 공습이든 화재에 의해서든 죽어나가고 5번, 6번, 아니 7번째 피란민이 되고 있는데 무슨 차이가 있나. 인간의 고통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만 빼고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이 전쟁은 인도주의 비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플래닛랩스PBC가 24일(현지시간) 촬영한 가자지구 칸유니스 외곽의 해안을 따라 설치된 라파 피란민들을 위한 난민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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