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가 에펠탑 앞에 서있다. 올림픽은 7월 26일 개막한다. AFP=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7월 26일 개막하는 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태극 전사들의 밥상엔 어떤 음식이 차려질까.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수도에서 100년만에 치러지는 올림픽인만큼, 각국 국가대표들이 먹게될 음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 제공될 요리를 담당하는 스테판 시셰리, 샤를르 기요이 셰프를 인터뷰했다.

이들에 따르면 황선우(수영)ㆍ신유빈(탁구) 선수의 식탁엔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인 영양만점 바게뜨와 각종 치즈 등이 오를 예정. NYT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지만 프렌치 프라이는 없다"며 "이번 파리 올림픽은 미식과 급식 사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렌치 프라이를 뺀 이유는 뭘까. 패스트푸드는 용납할 수 없다는 프랑스 특유의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다. 안전 문제였다. 시셰리 셰프는 NYT에 "튀김 요리를 대량으로 하다보면 화재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미식의 대표주자이자,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foie gras, 거위간) 요리 역시 배제됐다. 이는 동물권익 보호 차원이라고 한다. 기요이 셰프는 NYT에 "거위를 강제로 살찌우는 과정 등 때문에 이번 올림픽엔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파리올림픽의 성화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칸느 영화제에서 불을 밝혔다. AFP=연합뉴스

건강식의 대명사인 아보카도 역시 오르지 않는데, 이는 환경보호 차원이다. 기요이 셰프는 "(아보카도를 기르는 데는) 엄청난 수자원이 들어가는데다, (남미 등) 원산지에서 공수하는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이 과하게 남는다"고 말했다. 환경 보호는 이번 파리 올림픽의 주요 원칙이기도 하다. 선수촌 식단에 쓰이는 식자재의 80% 이상은 프랑스산이며, 그 중 25%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되는 것만 쓰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자재 공수에 드는 화석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럼 뭐가 선수들의 밥상에 오를까. 시셰리 셰프는 NYT에 "걱정마시라, 프랑스 자랑인 치즈부터 마일드한 소스로 본연의 맛을 살린 송아지 고기 스테이크, 프랑스 최고의 장인들이 구워낸 바게뜨 등 상다리가 부러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프랑스 치즈. 중앙포토

이번 파리 올림픽 선수촌의 음식은 사실 프랑스 정부의 미식에 대한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프랑스의 요식업 종사자는 80만명 이상이고, 매년 550억 달러(약 75조원)의 매출을 기록한다. 프랑스 정부의 여행담당 장관 올리비아 그레고아르가 NYT에 "음식은 곧 프랑스의 소프트 파워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말한 이유다.  NYT에 따르면 그레고아르 장관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세계 8개국의 젊은 셰프들을 참여시켜 프랑스 요리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이 8개국 중엔 한국도 포함돼 있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 선수가 지난 29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미 세계 정상급인 미식을 가진 프랑스가 이렇게까지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레고아르 장관은 NYT에 "프랑스가 수백년에 걸친 미식의 전통을 가진 국가라는 건 자명하지만, 재능이라는 것은 계속 발전시키지 않으면 퇴화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상급의 선수가 또다른 정상을 설정하는 것과도 흡사 닮아있는 부분이다. NYT는 "프랑스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미식 국가의 위상을 재정립하려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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