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트럼프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의 형사재판 배심원단이 3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34개의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모두 유죄를 평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 오는 7월 11일 법원이 최종 형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최대 징역 4년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로 대선 가도에 족쇄가 채워지면서 오는 11월 대선 맞대결에서 바이든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으로 인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바이든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바이든에게도 악재로 평가된다.

트럼프, 형사재판 유죄 받은 첫 전직 대통령.. 최대 징역 4년형 전망

형사재판 3건도 진행 중.. 트럼프 옥죄는 사법리스크

뉴욕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34개 범죄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를 입막음하기 위해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 7000만원)를 지급한 뒤 해당 비용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장부 위조 혐의 12건, 입막음용 돈 지금 수표 발행 혐의 11건, 청구서 위조 혐의 11건 등 34건이었다.

검찰은 이번 재판이 단순한 회계장부 조작이 아니라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저질러진 별도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감추기 위해서였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가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핵심 증인인 코언의 증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호소했지만 배심원단은 검찰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통상 배심원단 심리가 길게는 몇 주가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이번 배심원단 심리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심리가 마무리되는 데엔 이틀에 걸쳐 약 1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유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이번 재판은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의 형량 선고를 앞두게 됐다.

유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호관찰 내지 최대 징역 4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다만,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범인 만큼 수감될 가능성보단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머천 판사는 선고 기일을 오는 7월 11일로 정했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공화당의 전당대회(7월 15~18일)에 임박한 시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평결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곧바로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외에도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공모하고 정부 기밀문서를 은닉한 혐의 등으로 3건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나는 무죄…진짜 평결은 11월에" "조작되고 수치스러운 재판"

유죄여도 대선 출마 제약 없어.. 표심에는 악영향 불가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이후 법원 앞에서 "나는 무죄"라며 "이것은 조작되고 수치스러운 재판"이었다고 반발했다.

그는 "진짜 평결은 11월5일(미국 대선일)에 국민들이 내릴 것"이라며 "나는 매우 결백한 사람이고 괜찮다. 나는 우리나라와 헌법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도 "나는 무엇도 잘못한 게 없다. 사실 내가 한 모든 일은 옳은 일이었다"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이 우스꽝스러운 사례를 기소하려 국민 세금 수천만 달러를 썼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라며 "선거 개입의 의도로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과 사법부의 비호하에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미국과 뉴욕에 매우 슬픈 날"이라며 "세계가 지켜본다", "모든 시스템이 조작됐다"라고 주장했다. "정치적이고 반헌법적인 선거 개입 마녀사냥으로 내 민권이 모두 침해됐다"라고도 했다.

오는 7월 11일 형량이 선고되더라도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엔 문제가 없다. 트럼프가 항소에 나설 경우 대선 전에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헌법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 ▲35세 이상 ▲최소 14년 이상 미국 거주 등 3개 조건만 충족하면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만에 하나 트럼프가 교도소에 수감돼도 출마는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번 평결이 대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에서 일부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발표된 CNN과 SSRS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의 24%는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판단을 재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24일 발표된 에머슨대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5%가 유죄 판결이 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응답을 내놨다.

대선 상대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남은 5개월 기간 동안 범죄자 프레임으로 공세를 펼 것이란 점도 트럼프 캠프에는 부담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사건 외에도 대선 전복 시도, 기밀문건 유출 의혹 등으로 세 차례 더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

반면, 예상외로 대선 판도에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일 ABC방송과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유죄 확정시 지지를 재고하거나, 지지를 철회한다는 답변지를 나누었는데 더이상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16%가 재고하겠다고 답했으나 지지를 철회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ABC방송은 단기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더라도 아직 대선까지는 5개월이 남았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잃어버린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평가했다.

美 대선 여론조사, 바이든-트럼프 오차범위 내 접전

실제로 11월 미국 대선 관련 최신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바이든과 트럼프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공영 매체인 NPR과 PBS 뉴스아워, 마리스트가 지난 21∼23일 미 전역의 등록 유권자 1천122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오차범위 ±3.7%포인트)에서 양자대결 시 바이든 대통령이 50%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로 나타났다.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누구를 뽑겠느냐'는 질문을 토대로 조사가 이뤄졌고, 아직 찍을 사람을 정하지 않았다는 조사 대상자에게는 '누구에게 좀 더 기울어 있느냐'는 후속 질문을 던져서 받은 답변까지 합산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층에서는 바이든 50% 트럼프 49%로 격차는 1% 포인트에 불과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코넬 웨스트, 질 스타인 등 출사표를 던진 군소후보까지 포함한 다자구도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 바이든 40%로 결과가 달라졌다. 케네디 주니어가 8%, 스타인이 3%, 웨스트가 2%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직전 다자구도 조사에서는 바이든-트럼프가 42%로 동률이었고, 케네디가 11%, 스타인과 웨스트가 각각 2%였다.

바이든, 이스라엘 라파 지상전 용인에 아랍계 등 핵심 지지층 분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낼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며 "투표장에서"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캠페인(선거운동)에 오늘 기부하라"며 캠프 후원 링크도 첨부했다.

바이든 대통령 선대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심원단 평결 직후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논평했다.

트럼프의 유죄 평결에도 바이든이 지지율 격차를 벌리지 못하는 것은 친이스라엘 정책 탓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최근 피난민들이 밀집한 라파 지역 지상전까지 "레드 라인이 아니다"며 용인하자 무슬림과 진보 지지층을 중심으로 급격한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에서 일하던 고위급 직원 스테이시 길버트가 이스라엘 관련 정책에 반기를 들고 사임하는 등 행정부 내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이어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 대규모 반이스라엘 시위가 예고된 것도 바이든을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입소스의 지난 17~2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외교갈등·테러 정책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29%에 불과해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36%)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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