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스타 여성 정치인 2명이 맞붙게 됐다. 세 번째 당선을 노리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1) 현 도쿄도지사, 맞수로 떠오른 무소속 렌호(蓮舫·56) 참의원 의원이 그들이다. 해외파에 TV 뉴스 앵커라는 화려한 전력을 가진 두 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도쿄도지사 선거에 대한 일본 내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선 노리는 고이케 지사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지난 2월 호주 시드니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이케 지사는 12일 도쿄도 의회 본회의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코로나 19와의 싸움, 도쿄2020 올림픽 개최 등 역사에 남은 다양한 도정(都政)에 몸과 마음을 다해 임했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쿄 대개혁 3.0'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갖고 도지사선거 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고이케는 고교 무상화와 18세까지 도쿄도청소년에 대한 지원(연간 6만엔) 등 다양한 육아 지원책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엔 집권당인 자민당이 지원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우군을 얻기도 했다. ‘현직 도지사’ 강점 외에도 고이케에겐 압도적인 지명도가 있다.

김경진 기자

고이케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원유 거래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아버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던 어머니를 둔 그는 대학을 마치지 않은 채 카이로로 유학을 떠났다. 아랍어를 공부한 뒤 아랍어 통역과 강사로 활동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고이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아랍 각국 왕족과 장관을 시작으로 통산성(현 경제산업성)으로부터의 의뢰로 왕실 통역을 맡은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당시엔 드물었던 해외 유학과 아랍어 실력을 바탕으로 뉴스 진행자로 변신했다. 일본 첫 여성 경제 앵커(TV 도쿄)로 주목을 받던 그는 1992년 40세의 나이로 정계로 진출했다. 비(非) 자민당 개혁노선을 앞세워 일본신당 소속으로 참의원 의원에 당선된 데 이어 이듬해엔 중의원(하원)에 당선됐다. 자민당으로 소속을 바꾼 뒤 내리 8선을 당선되면서 환경상(고이즈미 정권)과 방위상(아베 정권) 등을 역임했다.

일본 첫 여성 총리의 꿈을 키우던 고이케가 도쿄도지사로 눈을 돌린 건 2016년. 세금이 도쿄도민의 눈높이에서 쓰여야 한다며 ‘도쿄 대개혁’을 주장한 그는 마쓰다 히로야(増田寛也) 전 총무상 등 유력인사를 제치고 여성 첫 도쿄도지사 자리에 올랐고 연임에도 성공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도지사 출마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12일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의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정치 흐름을 읽고 실력자에 접근하는 데 능숙하다는 점에서 ‘정치 철새’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실제로 효고현을 지역구로 뒀던 그는 2005년 당시 고이즈미(小泉) 총리와의 친분을 내세워 도쿄로 선거구를 옮겼다.

고이케는 첫 도쿄도지사 취임 후 역대 도지사들이 추도문을 보냈던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아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제2 한국학교 설립을 위한 부지 제공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일본 정치 전문가는 “이번에도 고이케를 이길 후보는 거의 없을 것”고 말했다.

맞수로 떠오른 렌호

렌호 입헌민주당 참의원(상원)이 12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입헌민주당사에서 회견을 하고 있다. 렌호 의원은 이날 탈당계를 제출해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특파원

고이케의 이날 출마 선언에 앞서 도쿄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렌호는 이날 맞대응에 나섰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도지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렌호는 나가타초(永田町) 입헌민주당 당사에서 회견을 갖고 “도전자 입장에서 새로운 기분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계 입문 뒤 20년간 몸을 담아온 입헌민주당을 떠나 자민당에 대항하는 ‘야당의 대표’로서 유권자의 지지를 얻겠다는 '벼랑 끝 전술'인 셈이다.

육아 지원책으로 호평받고 있는 고이케와의 차별화에 대해 렌호는 “8년 전부터 지속해온 다양한 정책에서 좋은 것들을 남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조금 더 보탤만한 것이 없을지 제 경험을 포함해 공약으로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광고모델, 뉴스 앵커…렌호의 도전

대만 출신의 부친과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렌호는 17살 나이에 NTT(일본전신전화공사) 광고모델로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TBS와 TV아사히 등에서 TV 앵커로 활약하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귀국 후 2004년 민주당 소속으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4선 의원인 그는 도쿄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이후부터 ‘반(反) 자민당’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렌호 의원은 맞수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출마 선언을 한 12일 같은 시각 일본 도쿄 나가타초에 있는 입헌민주당사에서 회견 열었다. 이날 렌호 의원은 이날 야당표 집결을 위해 탈당계를 제출해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현예 특파원

고이케-렌호 대결, 기시다 총리에 영향?

두 여성 스타 정치인의 대결이 사실상 여야 대결로 흘러가면서 일본 내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을 계기로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재선 도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최근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연패한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도 패배하게 되면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도쿄도지사는?

인구 1400만 명이 사는 일본의 수도를 관장하는 도쿄도지사의 권한은 막강하다. 도쿄도지사 선거는 일본 내에서 치러지는 단일 선거 중 가장 큰 규모로, 도지사 선거의 성패는 이후 열리는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도쿄도의 한해 예산은 약 8조엔(약 69조원). 막대한 예산을 배경으로 고이케 지사는 일본 중앙정부보다 한발 앞서 육아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미혼자를 위한 ‘결혼 지원책’을 논의하는 등 이색 정책을 선보여왔다. 오는 7월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는 약 50명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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