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브라질에 대한 핵추진 잠수함 기술 개발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간 핵기술 유출을 꺼렸던 프랑스가 공개적으로 브라질을 돕겠다고 나서면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는 모양새다.

2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 이타구아이 해군기지에서 진수식을 한 1870t급 토넬레루 호. 브라질 함대 5번째이자 자국에서 건조된 3번째 잠수함이다. AFP=연합뉴스

AFP통신·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 이타구아이에서 열린 신형 디젤 기반 통상동력형(재래식) 잠수함 토넬레루 호 진수식에서 "새로운 잠수함을 위한 장을 열어주고 싶다"면서 "브라질이 원한다면, 모든 핵확산 방지 방침을 완벽하게 존중하면서 그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사이에서 민감한 주제였던 핵잠수함 개발을 프랑스가 더 직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약 7491㎞ 길이의 해안선을 가진 브라질은 오는 2037년까지 6000t급 핵잠수함 아우바루 아우베르투 호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08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핵잠수함 건조를 포함한 국방 분야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양국 간에 견해차가 있었다. 브라질은 핵 추진 관련 장비와 기술 이전 규모를 늘리길 원했지만, 프랑스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부분에 대한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꺼렸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이런 갈등은 해소될 조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거듭 "우리는 브라질과 이렇게 많은 노하우를 공유한 적이 없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은 (프랑스의) 노하우와 핵 기술을 원하지만 전쟁을 하길 원하지는 않는다"며 프랑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했다. 브라질이 핵잠수함을 건조한다면,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인도에 이어 7번째로 자체 개발한 핵잠수함을 보유·운영하는 국가가 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 이타구아이에서 토넬레루 호 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은 지난 2013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19~2022년 반(反)서방, 친(親)러시아 성향의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긴장 상태였다. 특히 지난 2019년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마존 산불 대응 방식을 두고 양국 지도자가 설전을 벌이다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한동안 냉랭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한편 최근 유럽연합(EU) 농민 시위를 촉발한 EU와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간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값싼 남미산 농산물 유입으로 자국 농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FTA 협상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상파울루에서 열린 양국 비즈니스 리더들의 포럼에서 "FTA는 양국 모두에게 매우 나쁜 거래"라고 강조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은 EU와 메르코수르 간의 FTA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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