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장 시절 빈곤지역 병원 건설사업에 주력했던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 6일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묘소 참배 때도 정장 대신 평소 입던 남방 차림이었다. [AP=연합뉴스]

5일 실시된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결선투표 개표 결과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70)이 최종 당선(득표율 54%)되면서 이란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주류 정치인으로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대이란 경제 제재 완화, 히잡 단속 완화 등을 공약한 페제시키안의 승리엔 개혁에 대한 이란 국민의 열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페제시키안의 당선으로 이란과 서방의 대화 가능성이 열리고, 경직된 이란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은 대통령의 권한이 제한적인 만큼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제시키안이 당선되자 지지자들은 거리로 나와 춤을 추고 자동차 경적을 울려댔다. 페제시키안은 6일 당선 연설에서 “나의 승리는 이란에 새로운 장을 열어줄 것이다.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변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대선 기간 이란의 경제난 해결을 위해 미국 등 서방과 대화하고,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겠다고 공약했다.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정부(2013~2021년)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이란은 그 어느 때보다 단합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자리프 전 장관은 이란 측 인사로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정부와의 핵합의를 이끌었다.

그러나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페제시키안의 당선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진전시킬 때 이란과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면서도 “우린 이번 선거가 이란의 방향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에선 국방·안보·외교 등 국가 주요 정책의 최고결정권을 최고지도자가 쥐고 있다. 실제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페제시키안의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그를 향해 “(강경 보수파인) 전임 에브라힘 라이시의 길을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은 개혁파이지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겐 충성을 표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제시키안에 대해 “하메네이의 신정체제엔 도전하지 않을 인물”이라며 그의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페제시키안의 핵합의 복원 공약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행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가했다.

그럼에도 이란 민심이 대선 결과로 확인됨으로써 내부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CNN에 “페제시키안은 그간 덜 억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임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5선 의회 의원인 페제시키안은 1997년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되며 정치권에 입문했다. 장관을 지낸 다선 의원이나 유명인이 아닌 그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건 보수파 지도층을 향한 불만이 분출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제르바이잔·쿠르드계 부모에서 태어나 이란 사회의 비주류로 평가되는 그가 소수민족 표심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1994년 교통사고로 산부인과 의사였던 아내와 자녀 한 명을 잃은 그는 지금까지 재혼하지 않고 남은 세 자녀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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