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수준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선택할 수 있는 카드임을 언급한 것이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영국 등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약속한 만큼 우리 정부에 대한 나토 동맹국들의 무기 지원 요구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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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로이터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할 것인지 묻는 말에 "한국은 북·러 간 군사협력의 수준과 내용을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무기 거래, 군사 기술 이전, 전략물자 지원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하더라도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 정부가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재검토한다고 발표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이번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자국 이익을 위해 한국과 북한 가운데 한쪽을 택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한반도와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뚜렷한 위협이자 중대한 도전을 제기한다"며 "향후 한국과의 관계는 러시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분명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며 "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측과 북측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지 현명하게 결정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러 관계의 미래는 전적으로 러시아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러시아는 즉각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와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이 접근 방식에 반대한다. 우리는 이 접근 방식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과 남한 모두, 역내의 모든 국가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도 "사실상 현재 평양에는 우리의 파트너가 있고 서울에는 반(反)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가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적대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나라들과는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美·英, 우크라이나 추가 무기 지원 약속.. 한국 정부에도 무기 지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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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언급은 최근 나토 동맹국들의 움직임을 볼 때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미국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23억 달러(약 3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에는 대(對)전차 무기와 대공 방어 무기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23억 달러까지 포함하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규모(미측의 사전 발표액 기준)는 535억 달러(약 74조원)에 이르게 된다.

미국은 특히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새로 출범한 영국 노동당 정부의 존 힐리 국방부 장관도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미사일과 탄약 등 지원을 발표했다.

힐리 장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을 만나 탄약 25만발과 브림스톤 대전차 미사일 90기, AS-90 자주포 10발, 지뢰 제거 차량 40대, 소형 군용 보트 50척 등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 보수당 정부가 했던 군사 패키지 지원 약속을 향후 100일 내로 이행하겠다고도 밝혔다. 여기에는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를 포함한 타격·방어용 미사일 1천600기, 탄약 400만발 등이 포함돼 있다.

힐리 장관은 "정부는 바뀌었을지 몰라도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단결하고 있다"며 "새 국방부 장관으로서 필수적인 군사 지원 제공을 한층 늘려 영국의 지원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을 받은 이후 76억 파운드(약 13조5천억원) 이상의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이처럼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유럽 주요국에 몰아친 '극우 돌풍'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나토 동맹들의 결속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무기 지원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일단 나토측은 한국에 살상무기 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크리스티안 메스자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무안보정책부 파트너십·국제국장은 지난달 3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주권 국가인 한국이 전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며 "나토는 한국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정치적 지원 뿐 아니라 인도적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 회원국과 한국 간 국방 분야 협력 확대,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모두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트럼프 당선 대비 우크라 지원 방안 논의

한편,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부정적이었고 재임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 또, 나토가 방위비 분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나토에 적대적이다.

이에 나토는 안팎의 정치적 사정 변경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기 위한 소위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선 회원국들이 연간 400억 유로(약 60조원) 수준의 군사지원를 유지하겠다는 '서약'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토는 이 규모를 '최소 기준선'으로 정하고 회원국별 국내총생산(GDP)에 따라 군사지원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뒤 내년 연례 정상회의에서 전체적 지원 금액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에 우호적인 헝가리는 이 계획에서 빠지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고, 헝가리를 제외한 31개국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구속력은 없어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AP 통신은 트럼프 복귀 가능성과 독일·프랑스의 극우 돌풍 등을 언급하면서 "나토는 주요 회원국 다수가 (국내) 선거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단결과 결의를 새롭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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