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RN)의 마린 르펜 대표가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국회의사당에서 프랑스 조기 대선 2차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1위를 예상했지만 3위 성적표를 든 극우 정당은 패배 책임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고, 1당에 오른 좌파연합은 선거 때 쏟아낸 공약의 실현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극우 성향 정당인 국민연합(RN)의 질 펜넬 사무총장은 이날 사임서를 냈다. 총선 패배 직후 후보 선정에 대한 당내 비판이 거세지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다.

RN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선 33.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7일 2차 투표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1위를 차지했다. 급기야 좌파연합과 사실상 후보 단일화에 나선 범여권에도 밀려나 3당이 됐다.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오자 당내에서 "인종차별적이거나 외국인 혐오 발언을 한 인물을 후보로 선정했기 때문에 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노르망디 지역에 출마한 한 후보는 나치 통치 시절 독일 공군의 모자를 쓴 과거 사진이 공개돼 후보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8일 열린 RN 전국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루이 알리오 페르피냥시장은 "어떻게 이처럼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들이 후보에 포함됐냐"며 분노했다. 이 회의 이후 펜넬 사무총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도 프랑스 TF1 방송과 인터뷰에서 "후보 선정에 실수가 있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당 지도부의 사법 리스크도 남아 있다. 파리 검찰은 RN을 이끄는 마린 르펜 전 대표의 2022년 대선 운동 자금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선거 운동 자금을 둘러싸고 횡령, 위조, 사기 등의 혐의가 있는지 수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좌파 경제 공약에 현 정부 우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깜짝 1위를 차지한 좌파연합도 진통이 예상된다. 이들은 극우 저지를 목표로 여러 정당이 뭉친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10일 르피가로는 "NFP가 선거 과정에서 밝힌 공약들에 대해 현 정부 각료들과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NFP는 이번 선거에서 은퇴 연령 연장 폐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가계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식품, 에너지, 연로 등 생필품 가격을 동결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생필품 가격을 동결할 경우 국가가 제조업체에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보상액을 200억 유로(약 30조원)로 추산했다.

NFP의 공약대로 현재 월 1398.69유로(약 200만원)인 최저임금을 1600유로(약 240만원)로 올릴 경우, 연간 190억 유로(약 28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란 싱크탱크(몽테뉴 연구소)의 분석도 나왔다.

NFP는 이런 공약들에 필요한 재원을 '부자 증세'로 확보한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몽테뉴 연구소의 리사 토마 다르부아 프랑스연구부 부국장은 신문에 "좌파의 경제 프로그램은 대기업과 자산가에 대한 높은 세금을 기반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런 전략은 공공재정에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고 경기 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프랑스가 대규모 공공 적자를 줄이지 못하고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급증하거나 성장률이 장기간 우리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 국가 신용등급이 압박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S&P는 지난 5월 말 프랑스의 국가재정 상태 악화를 이유로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11년 만에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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