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란고원 폭격 희생자 10인 장례식 2024.7.29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의 축구장 로켓 공격으로 어린이 등 12명이 사망하면서 이스라엘과 레바론 헤즈볼라가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대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부인했지만 이스라엘은 조사 결과 헤즈볼라의 공격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28일 레바논의 여러 마을에 보복 공격을 감행해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미국 등 서방은 물론 러시아까지 나서 '자제'를 촉구하며 확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골람고원 축구장 폭격으로 어린이 12명 사망

이스라엘, 헤즈볼라 배후로 지목..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타격도 검토

연합뉴스와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 오후 이스라엘과 레바논·시리아 접경지대 골란고원에 있는 마즈달 샴스의 한 축구장이 폭격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 12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에 앞서 레바논 남부 크파르 킬라에서 헤즈볼라 무장대원 4명이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만큼 이번 공격은 헤즈볼라가 배후로 의심된다.

이스라엘도 헤즈볼라의 공격이라고 결론 짓고 보복을 다짐했다. 반면 헤즈볼라는 보복 차원에서 카추샤 로켓 등으로 최소 4차례 공격했으나 축구장 공습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골란고원을 방문해 "축구장 벽의 로켓 잔해 조사 결과 53㎏의 탄두를 장착한 헤즈볼라의 팔라크 로켓으로 확인됐다"며 "군은 북쪽 전투의 다음 단계를 위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이스라엘군은 28일 레바논의 차브리하, 보르즈 엘 크말리, 베카, 킬라, 랍 엘탈라틴, 키암, 타이르 하르파 등 여러 마을에서 무기 저장고 등 헤즈볼라의 목표물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모든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자위권을 행사해 학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헤즈볼라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방문 중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조기 귀국해 이스라엘 안보 내각 회의를 주관했다.

연합뉴스와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날 안보 내각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타격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켓 떨어진 골란고원 축구장 2024.7.29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 보복 우려에 베이루트행 항공편 잇따라 결항

미국 등 서방, 러시아까지 "확전은 안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을 천명하면서 29일 레바논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연합뉴스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계열사인 스위스국제항공, 유로윙스, 루프트한자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로 오가는 5개 노선 운항을 이달 30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터키항공, 선익스프레스, 에이제트, 에디오피아항공, 중동항공 등도 베이루트행 항공편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등 서방은 물론 러시아까지 나서 자제를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국민을 테러리스트의 공격에서 보호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이스라엘 정부와 대화하고 있으며 이번 충돌이 악화하거나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 "분쟁으로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냉정한 대처를 주문했고,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을 멈춰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모든 분쟁 당사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확전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외교수장 격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모든 당사자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확전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휴전·인질 석방 협상 중재국 중 하나인 이집트는 외무부 성명으로 확전 위험을 우려하면서 레바논과 미국 정부에 각각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대해 자제를 촉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주체와 무관하게 민간인에 대한 모든 테러를 규탄한다"면서도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습격 뿐 아니라 (민간인을) 대량학살한 이스라엘의 국제인도법 위반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후원자인 이란은 이스라엘에 경고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의 무지한 행동은 전쟁의 범위와 역내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어리석은 모험에 대한 예기치 못한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대규모 범죄에서 세계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헤즈볼라를 모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폭격한 가자지구 중부도시 데이르 알발라의 한 학교 2024.7.29 [사진=AP=연합뉴스]

가자지구선 난민촌 폭격… "휴전협상, 이스라엘이 걸림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여전히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40여명이 숨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피란민이 거주하는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학교에서 최소 3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는 임시 의료시설이 들어서 있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공습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보건부는 전했다.

하마스 측은 이번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에 어린이 15명과 여성 8명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휘 본부를 파괴하기 위해 학교를 공습했다며 하마스가 학교 건물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을 조직하고 무기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근 48시간 동안 8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7일 개전 이래 사망자는 3만9천258명, 부상자는 9만589명으로 집계했다.

한편, 28일 휴전 협상이 재개됐으나 이스라엘이 휴전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미국,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의 고위 당국자들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석방 등을 포함한 가자전쟁 휴전안을 논의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휴전 기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잔류 기간과 범위 문제를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 휴전 기간 하마스가 국경을 넘어 무기를 밀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해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국경 지역에서 병력을 유지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즉, 휴전을 해도 철군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것이다.

휴전 기간을 두고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하마스는 영구적인 휴전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은 전투를 재개할 수 있는 선택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은 휴전 이후 하마스가 가자시티로 무기를 운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내부 고속도로를 따라 군사 검문소를 유지하는 방안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은 이스라엘 내부 우파로부터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라는 압박을 받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휴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4일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하마스를 소멸해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않는 한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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